상위 10대 기업 특허건수도 매년 늘어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서 집중적 증가
배터리 기업들의 특허 출원이 크게 증가하며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전고체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특허를 대거 확보하며 기술 선점을 위한 경쟁을 펼치는 모습이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0일 특허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연도별 특허 10대 다출원인(多出願人)별 출원 현황(2020~2024년)'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상위 10대 기업의 특허 출원 건수는 매년 증가했다. 2020년 상위 10대 기업의 특허 출원 건수는 2만8146건이었으나, 2024년에는 3만8448건으로 약 36.7%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심화 속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특허 전략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20년 LG전자가 전체 특허 출원 2위를 기록했으나, 2024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2위로 올라선 것이다. 이는 배터리 산업의 기술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음을 시사한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기업들의 특허 출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삼성SDI는 2023년 1414건에서 2024년 2904건으로 크게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 또한 2021년 2599건에서 2024년 4615건으로 증가해, 4년 새 약 78%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배터리 기업들이 차세대 배터리 기술 경쟁을 강화하며, 생산 공정과 소재 혁신, 에너지 밀도 개선 등 여러 방면에서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고성능, 장수명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특허 출원이 급증하는 추세다.
디스플레이 업종에서도 특허 출원이 증가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 1222건에서 2024년 2181건으로 78.5% 증가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또한 같은 기간 2957건에서 3754건으로 27.0% 늘어나며 기술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기는 각각 2022년, 2021년부터 상위 10대 기업 명단에서 제외됐다. SK하이닉스는 기존 메모리 중심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과 AI(인공지능) 반도체 연구로 전환하며 연구의 질적 요소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메모리 산업은 기술적 고도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로, 양적인 증가보다 질적 개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기 역시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사업 의존도가 높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및 전장용 부품 개발에 집중하며 특허 출원 건수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MLCC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신규 특허 출원 증가 속도가 둔화한 반면, 반도체 패키징 및 전장용 부품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어서 전체 특허 출원 건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2020년 LG에너지솔루션이 분사한 이후 특허 출원 건수가 급감했다. 2020년 4000건대였던 특허 출원 건수는 최근 1000건대로 감소했다. 이는 배터리 사업에서 벗어나 석유화학, 바이오, 친환경 소재 등으로 연구개발 초점을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친환경 플라스틱, 생분해성 소재, 탄소중립 관련 기술 특허 출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매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매년 2000~3000건대, 현대모비스는 1000건대의 특허를 출원하며 전기차, 자율주행, 친환경차 관련 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이창한 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특허 출원 건수는 연구개발 투자 규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특허 출원 자체도 중요하지만, 본원 특허(최초 출원된 특허)의 비율과 특허의 질적 수준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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