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놀이 인정되나 보편적인 가치 고려”
동물보호단체 “국가유산청 결정 환영하며 지지”
두 마리의 소가 뿔 달린 머리를 맞대고 싸우는 ‘소싸움’이 전통문화라는 주장과 동물 학대라는 지적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소싸움의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위한 절차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은 무형유산위원회가 최근 회의에서 소싸움을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으로 지정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종목 지정 조사를 올해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위원회 측은 기초 학술조사 결과를 토대로 “민속놀이로서의 가치는 일정 부분 인정되나 인류 보편의 가치 등을 고려해 지정 조사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소싸움은 두 마리의 소가 뿔 달린 머리를 맞대고 싸우는 경기다. 현재 경북 청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매년 민속 행사의 하나로 소싸움을 열고 있다.
소싸움은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에 따라 10개 지자체(김해·의령·진주·창녕·창원·함안·청도·달성·완주·보은)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허가를 받아 개최할 수 있다. 다만 ‘싸움’이라는 단어가 주는 동물 학대 등 부정적인 느낌 때문에 2022년부터는 ‘소 힘겨루기 대회’로 명칭을 바꿨다.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은 “한국에서 약 2000년 전부터 소를 이용했고, 이때부터 소싸움도 자연스럽게 진행됐으리라 본다”며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 민속놀이”라고 규정한다. 지자체에서 소싸움을 합법적인 민속놀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는 초식동물인 소에게 뱀탕·개소주 등 육식 보양식을 먹이고 혹독한 훈련과 싸움을 시키는 것 자체가 동물학대라고 주장하며 폐지를 요구해왔다.
국가무형문화재 지정·해제 사항을 논의하는 무형문화재위원회는 지난해 열린 회의에서 “소싸움과 관련해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학술 조사를 거쳐 면밀히 따질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4월 ‘소싸움 무형유산 기초 학술조사 용역’ 공고를 냈다.
국가유산청은 전문가 회의를 거쳐 소싸움과 관련한 학술 연구·조사를 먼저 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지정 조사 추진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학술 조사에서는 소싸움의 국내외 전승 실태, 소싸움과 비슷한 사례 등을 검토했으며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둘러싼 각계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결과가 알려지자 동물권행동 카라·동물자유연대·동물해방물결 등으로 구성된 ‘동물 학대 소싸움폐지 전국행동’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국가유산청의 결정을 환영하며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동물을 인위적으로 싸움시키는 것을 동물 학대로 규정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한 인식”이라며 “소싸움은 명백한 동물 학대이자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초 기존의 ‘문화재’ 대신 ‘국가유산’을 중심으로 한 법·행정 체제로 전환되면서, 무형문화재는 ‘무형유산’으로, 국가무형문화재는 ‘국가무형유산’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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