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특수 기대감에 69.3% '부정적'
특히 숙박업 부정적 비율 높아
국내 아닌 해외 찾는 여행객 늘어 역효과
최장 9일에 이르는 설 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국내 소상공인들의 명절 특수 기대감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국내 숙박업계는 황금연휴라는 호재를 앞두고도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임시공휴일이 포함된 설 명절 연휴를 앞둔 24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찾은 여행객들이 발권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설 연휴 특별 교통 대책 기간인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10일간 총 214만1000명, 일평균 21만4000명의 여객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강진형 기자
24일 소상공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 다수는 이번 설 명절 특수를 오히려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최근 진행한 ‘2025 소상공인 신년 경영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니 설 명절 특수를 얼마나 기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다소 부정적’(34.7%)이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매우 부정적’(34.6%), ‘보통’(25.1%), ‘다소 긍정적’(4.2%), ‘매우 긍정적’(1.5%) 순이었다.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10명 중 7명에 달하는 것이다.
업종별로는 숙박업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두드러졌다. 숙박업 종사자 가운데 설 명절 특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61.9%로 9개 업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다소 부정적’(19.1%), ‘보통’(19.1%) 순이었고 ‘매우 긍정적’, ‘다소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이는 없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숙박업뿐만 아니라 제조업·식음료·서비스업 등 모든 업종에서 명절 특수를 기대하는 비율은 낮다"고 말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5~19일 도·소매업, 개인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전국 일반 소상공인 총 102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통해 실시했다.
현장에선 긴 연휴가 해외여행 수요를 늘려 소상공인에게 되레 악재로 작용했다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온다. 고물가로 ‘국내보다 해외여행이 낫다’는 인식까지 확산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면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날부터 다음 달 2일까지 10일간 국내에서 해외로 떠나는 인원은 모두 134만명으로 하루 평균 출발 승객이 지난해 대비 14%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강원도 강릉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한모씨(56)는 "아들과 며느리 부부도 이번 연휴에 호주에 다녀온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지 않겠나"라며 "아무리 불경기라고 해도 토요일엔 항상 예약이 반 이상 찼는데 이번 주말엔 반도 차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가평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강모씨(32)도 "겨울엔 동남아처럼 따뜻한 나라가 놀기도 좋고 물가도 저렴하니 많이 찾지 않을까 싶다"며 "국내 숙박업은 차라리 긴 연휴보다 짧게 다녀올 수 있는 주말 예약률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진우 대한숙박업중앙회 사무총장은 "경기 악화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많은 소상공인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 숙박 쿠폰을 플랫폼이 아닌 지자체나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발행하고 지역 상품권 발행을 확대하는 등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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