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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주총 사실상 파행 수순… 2시간 넘게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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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의결권 제한 조치에 강력 반발
"불법 행위… 고려아연이 파행한 것"
MBK 측 이사회 의장 교체 제안할 듯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판도의 중요 분수령으로 꼽히는 23일 임시주주총회가 사실상 파행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영풍·MBK 파트너스(이하 MBK 연합)측의 고려아연 주식 의결권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가운데, MBK 연합 측이 이를 불법으로 단정, 파행을 암시하면서다. 이날 오전 9시로 예정된 주총도 주주명부 확인과 위임장 확인 절차로 개최가 늦어지고 있다.


이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개최 예정이던 고려아연 임시주총은 오전 11시 현재 여전히 열리지 못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주주와 회사 측에서 위임장 확인하는 작업이 계속 지체되고 있다"며 "중복 위임장에 대해 주주에게 전화해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가급적 정오까지 다 마치고 주주총회 개회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23일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고려아연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다. 조용준 기자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23일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고려아연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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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연합 측은 이날 주총에서 이사회 의장을 교체하는 내용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장불신임동의는 의장직을 맡은 임원을 해임하자는 동의가 아니라, 당일 상정 의안을 기존 의장이 아닌 다른 임원에게 맡기라는 일종의 '부수주동의'다. 때문에 사전 통지도 필요 없고, 회의장에서 바로 제출할 수 있다. 의장은 이를 총회에 상정해 심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전날 최 회장 측의 주식 의결권 제한 조치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우선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의장을 바꿔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은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의장직에서 사임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오로지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만을 위해 영풍그룹 내 신규 순환출자가 형성되는 등 공정거래법을 흔드는 탈법적 행위가 이뤄졌다"라며 "임시주총을 단 몇 시간 앞두고 이뤄진 이 거래는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등 각종 위법 행위 소지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이미 고려아연에서 정상적으로 주총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파행을 선언한 것"이라며 "이 같은 행위는 불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초 이날 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 설정 ▲이사 선임 ▲발행주식 액면분할 ▲집행임원제도 도입 ▲소주 주주에 대한 보호 ▲배당 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등의 안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었다. 이 가운데 이사 선임 안건은 경영권 분쟁의 향배가 갈린 이날 주총의 하이라이트로 꼽혔다. 앞서 MBK 연합 측은 이사 후보 14명을 제안했는데, 이들이 모두 이사로 선임될 경우 MBK 연합 측은 이사회 과반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사가 모두 12명으로 이 가운데 1명(장형진 영풍 고문)만이 MBK 연합 측 인사다.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측으로선 경영권 수성을 위해 MBK 연합 측 인사들의 이사회 입성을 저지하는 한편, 자신들이 추천한 후보(7명)를 한 명이라도 더 통과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23일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고려아연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다. 조용준 기자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23일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고려아연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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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판세는 최 회장 측이 영풍의 고려아연 주식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단행하면서 뒤바뀌었다. 고려아연은 전날 호주 계열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최 회장 일가와 영풍정밀이 소유하던 영풍 주식 19만여주를 575억원에 장외매수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이 호주에 세운 선메탈홀딩스를 통해 설립한 SMC가 이번에 사들인 주식은 영풍 전체 주식의 10.33%를 차지한다. 지분 거래로 고려아연과 선메탈홀딩스, SMC, 영풍, 다시 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상호순환출자 고리를 만들면서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제도를 활용한 것이다. 이 경우 MBK 연합 지분 가운데 영풍 지분 25.42%의 의결권이 묶이고, 15.55%가량만 남게 된다. 해당 조치는 약 39.16%를 확보한 최 회장 측이 임시주총에서 유리한 구도가 된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풀이됐다.


반면 MBK 연합 측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에 관한 상법 조항은 국내 법인인 주식회사들에만 적용되는 만큼, SMC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나선 상태다. MBK 연합 측은 "상호주 제한 관련 상법 조항은 국내 법인인 주식회사들 사이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이번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최윤범 회장의 이 같은 시도는 임시주총을 파행시키고 자본시장을 우롱하는 최악의 꼼수"라고 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상 영풍정밀의 공시에 따르면 SMC는 호주에 설립된 외국법인이며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SMC가 외국법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상법에서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는 상법 제369조 3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은 없다"며 "SMC가 해외법인이라 상호주 의결권 제한규정 밖이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SMC가 유한회사라서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SMC는 주식회사"라고 일축했다.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용준 기자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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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임시주총이 열린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신분을 확인하는 접수처조차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됐다. 접수를 기다리는 주주들의 줄은 50m에 달했다. 초면인 이들끼리도 결과가 어떨지 조용히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전날 최 회장 측이 MBK 연합 측의 고려아연 의결권 무력화를 시도하면서 주총 파행 가능성이 제기된 영향이다. 소액 주주인 김모씨(70)는 "그간 기사를 통해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는데 막판에 집중투표제 얘기가 나오는 둥 경영진이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며 "불안한 마음에 나와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접수처 한켠에서는 '단결투쟁'이 적힌 머리띠를 맨 고려아연 노동조합이 접수가 진행되는 내내 곁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이들은 10분에 한 번씩 "국가핵심 기술, 해외유출 막아내자. 국가핵심산업 고려 아연 지켜야된다. 지켜내자"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지닌 피켓에는 '투기자본 MBK' '적자기업 영풍' 등 MBK연합에 대한 비판적인 문구가 적혀있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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