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의 환불 요구를 제멋대로 거절하는 등 전자상거래법(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 법률·전상법)을 지키지 않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올해 전상법 개정을 통해 과태료 수준을 올린다는 방침이다. 전상법에 규정된 과태료 부과 기준이 지나치게 낮아 법의 억지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2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러한 내용의 전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8일 정부 부처 주요 업무 추진 계획보고에서 플랫폼 거래 활성화에 따른 전자상거래 시장 환경 변화를 고려해, 전상법 위반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재 체계 개편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존의 과태료 수준을 높이고, 전상법 내에서 아예 과태료가 조항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새롭게 과태료 규정을 신설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전상법 개편에 착수한 건 지난해 8월 공정위가 적발한 하이브 등 4대 연예기획사들의 ‘환불 갑질’ 사건이 계기가 됐다. 하이브, YG, SM, JYP의 공식 온라인 쇼핑몰 운영사인 위버스 컴퍼니, YG 플러스, SM 브랜드마케팅, JYP 360은 전상법이 정한 환불 기간을 임의로 단축하는 등 소비자의 권리를 제약했다. 전상법에 따라 파손·불량 등 하자 상품은 3개월 혹은 해당 사실을 안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하자가 있는 상품도 7일 이내에만 환불 등이 가능하다고 고지해왔다.
포장이 훼손됐다는 이유로 교환과 환불을 해주지 않고, 상품 개봉 과정을 촬영한 동영상이 없으면 수령한 상품의 구성물이 누락돼도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전상법은 상품이 훼손된 경우 청약 철회를 제한하고 있지만, 입증 책임은 사업자가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해당 회사들이 전상법 21조 ‘전자상거래법이 금지하는 거짓, 과장된 사실을 알림’을 적용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문제는 과태료의 수준이었다. 해당 조항에 적용된 과태료는 250만원에 그쳤다. 전상법 21조에서 규정한 최대 과태료는 500만원에 불과했는데, 업체들은 자진 시정을 통해 과태료를 50% 감경받았기 때문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시 과태료 수준이 지나치게 낮아 법 억지력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이에 따라 공정위는 연구용역 등을 통해 과태료 수준 상향 등을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과태료 수준을 크게 올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과태료 규정은 법 위반 행위가 큰 경우 불법으로 얻은 이익을 회수하기 위한 과징금(행정 처분)과 달리 규칙 위반에 대한 벌금으로 행정적 제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 업체들은) 소규모 업체들도 많기 때문에 과태료 수준을 상향하더라도 1000만원을 크게 초과해 올리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체적으로 현재 최대 과태료 500만원의 2배 수준인 1000만원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울러 공정위는 전상법상 입점업체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지 않은 플랫폼에 대해 과태료도 부과하기로 했다. 전상법 20조에는 플랫폼은 판매자가 법인사업자일 경우 주소나 전화번호 등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판매자 정보 제공을 의무화한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정보 제공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규정은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태료 부과 조항이 없어서 지금은 시정명령만 가능하다”면서 “과태료 조항을 추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점점 중요성이 커지는 소비자 구매 후기 리뷰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관리 투명성 강화 의무도 전상법에 담기로 했다. 통신판매업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들이 구매 후기 조작 금지를 규정하고, 일정 기간 후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의무도 부과한다. 게시 기간과 삭제 기준 정보공개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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