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자회견에 쏟아진 대선 행보 질문
오 시장, 말 아끼며 "조기대선 알 수 없어"
민주당에 "특검타령, 표 궁리 개탄" 비난
규제개혁 강조… '경제 지도자' 입지 강화
오세훈 서울시장이 현 정국을 '비정상의 정상화'라 진단하면서 대선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국정 운영 노하우와 겸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권 유력 대권주자로서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지만 미래 지도자상을 직접 제시하는 등 향후 정치적 행보는 이미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22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조기대선시 대선 출마 가능성에 "지금은 탄핵 소추에 이은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고, 결론까지 조기대선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방어적 대권 행보에도 '정상화' 언급하며 윤석열·이재명 에둘러 비판
그동안 오 시장은 대선 출마 의지를 묻는 말에 방어적 행보를 보여왔다. 이날도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전제로 대선 출마 여부를 말하는 것은 이르고 그런 의미에서 대선 출마를 말하는 것은 큰 원칙에 어긋난다"면서도 다각도로 고민 중인 상황을 전했다. 4선 서울시장으로서 쌓은 역량은 개인의 것이 아닌 공공재인 만큼 서울시장으로서 아직 명확하게 답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국민들이 정상적인 사람이 하는 합리적인 국정 운영을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실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비정상의 정상화, 통합된 대한민국을 가장 절실하게 원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으로 파면 위기에 몰린 윤석열 대통령과 범죄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대선 출마자들의 자격 기준에 대해 "충분한 시행착오를 거쳐서 만들어진 국정 운영의 노하우, 그다음에 지식과 정보 앞에서 한없이 겸손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춘 지도자를 원하지 않을까 한다"며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이렇게 가서는 안 되겠다 하는 위기의식을 가지셨다고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 대선 출마 여부를 말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면서 한 말이다.
오 시장은 "현재의 정치적 위기는 큰 도전이지만, 동시에 제도적 정비를 위한 적기"라며 "지도자의 리스크를 낮추고 의회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방분권 역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해 필요한 단계로 봤다. 오 시장은 "이제 중앙이 모든 예산과 인력을 통제하며 경제 발전을 지휘하는 시스템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지역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가 발전 계획을 세우고 예산과 인력, 규제 권한까지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도적 개선 문제는 정부, 의회, 타 지자체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명태균 관련 의혹에 대해 "(명태균씨가) 황금폰을 제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명태균과 이뤄진 대화가 존재한다고 하니, 조속한 수사가 가능해졌다"며 "이번 기회에 검찰에 공개적 촉구하겠다. 신속히 수사 결과를 발표해달라"고 했다.
소상공인 등 민생경제 활성화 위해 추경 통해 추가 지원… "서울시, 촉매제 역할하겠다"
이날 오 시장은 규제철폐에 대한 의지를 수차례 언급하며 ‘경제 지도자’로서의 입지도 다졌다. 오 시장은 민생과 밀접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을 위한 추가 규제철폐를 예고하며 "서울시는 이미 힘보탬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예산을 최대한 조기 집행하는데 역량을 결집하고 조기 집행 때문에 예산이 소진되면 5~6월경 준비해 추경 때 한 번 더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규제철폐 행보에는 국회와 민주당이 함께 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국회 상황이 답답하다. 논의해도 부족한 데 특검 타령만 하고 표 얻을 궁리만 하는 당이 다수당이라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어 참혹하고 개탄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문제점들이 빨리 해결되도록 서울시가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손질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면 최우선으로 손볼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의 ‘전 국민 25만원 지급’ 정책을 꼬집기도 했다. 오 시장은 "문제는 재원이 13조원이 든다는 것인데, 추경을 말하면서 13조원을 거기에 쓰자는 것은 조기대선을 염두에 두고 인기 영합하겠다는 것 외에 다른 의미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시의 대표적인 ‘킬러 정책’으로는 ‘한강버스’를 꼽았다. 한강버스가 버스, 지하철과 더불어 일상적인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오 시장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려 199명이 승선하는 큰 배인데,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며 "서울시민의 인식 체계를 바꾸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킬러 정책인 기후동행카드로 인해 서울교통공사의 적자분이 늘어나는 데 대한 대책을 묻자 "일종의 ‘복지’이기 때문에 돈을 아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부담을 나누어 지겠다는 것이 큰 틀의 원칙이고, 지난해 지하철 요금을 인상하려고 했는데 정부가 물가 인상 문제를 거론해 올해로 미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적자분을 보전하기 위한 지하철 요금 인상은 ‘3월 중’으로 못 박았다. 오 시장은 "기후동행카드를 실행하면서 늘어나는 적자폭은 (요금) 인상분으로 충분히 메울 수 있다"면서 "경기, 인천과 협의해 3월 중에는 (인상이) 가능할 것 같다. 3월을 넘기지 않도록 협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안팎에선 오 시장이 대선 정국이 벌어지기 전까진 행정 전문가, 경제 지도자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변하지 않으면 자멸한다, Change or Die’를 천명한 만큼 규제철폐 100일 프로젝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신년사를 통해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 상업·준주거지역 내 주거복합건축물의 주거 외 용도 비율을 완화하는 내용의 규제철폐안 1호를 내놓는 등 불과 20여일 만에 건설 및 상업 분야 규제철폐안 8가지를 쏟아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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