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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발량이]광대가 판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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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문학 작품에 비춰지는
권력 비판하는 광대의 모습
현실은 달라…씁쓸한 광대놀음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 광대들이 활약 중이다. 오페라극장과 CJ토월극장에서 각각 공연 중인 뮤지컬 ‘웃는 남자’와 ‘시라노’의 주인공은 모두 광대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독특한 외모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무대를 장악한다.


웃는 남자는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주인공 ‘그윈플랜’은 입이 양 옆으로 찢어져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있다. 1928년 소설이 영화로 제작됐을 당시 주인공의 모습은 영화 배트맨 시리즈의 빌런 ‘조커’의 외모에 영감을 줬다. 시라노의 주인공 ‘시라노’는 귀족 출신으로 시도 잘 쓰고, 검술도 능한 완벽한 인물이다. 그러나 크고 특이한 코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에게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다.

뮤지컬 '시라노'에서 시라노 역을 맡은 배우 조형균   [사진 제공= RG컴퍼니, CJ ENM]

뮤지컬 '시라노'에서 시라노 역을 맡은 배우 조형균 [사진 제공= RG컴퍼니,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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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외모는 비범하지만 두 캐릭터 모두 매력적이고 강렬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그윈플랜은 이미 상위 1%의 부를 가진 귀족들이 더 많은 부를 탐하는 모습을 통렬히 꾸짖는다. 시라노 역시 군 지휘관으로서 전장에서 자신의 안위만 챙기려는 귀족들을 조롱하고 비판하며, 힘없는 병사들의 편에서 그들의 희망이 되어준다. 이들은 모두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요구하는 인물들이다.

광대가 권력을 비판하는 모습은 중세 유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궁정 광대는 왕과 권력층을 풍자하고 비꼬는 특권을 누렸다. 유네스코는 2022년 한국의 탈춤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며, 탈춤이 담고 있는 ‘사회 비판과 보편적 평등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사실 현실에서 광대는 권력을 비판하는 인물이기보다 권력에 아첨하는 인물이기 쉽다. 본질적으로 광대는 왕이나 귀족의 유희를 위한 인물로, 권력층을 즐겁게 하면 그뿐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해골바가지로 등장하는 광대 ‘요릭’이 보여주듯, 권력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목숨을 잃기 십상이었다. 그런 현실과 동떨어져 문학 작품 속에서 광대가 권력을 비판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은 문학의 속성 때문으로 보인다. 문학은 현실에서 실현되기 힘든 사건을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권력에 아첨하기 쉬운 광대가 오히려 작품 속에서는 권력을 비판하는 역설적 인물로 그려질 때 독자가 더 큰 만족을 얻는 셈이다.

뮤지컬 '웃는 남자' 주인공 그윈플랜   [사진 제공=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웃는 남자' 주인공 그윈플랜 [사진 제공= 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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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를 통해 드러난 대통령실 경호처 차장의 행태는 현실 속 광대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가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노래는 듣기 민망할 정도였다. 우스꽝스러운 광대이기를 자처한 꼴이다. 경호처 차장 자신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쓴소리하고 직언하는 이들을 멀리 하고 듣기 좋은 소리하는 이들을 곁에 두려 한 대통령의 잘못도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극단적인 정치적 발언을 하는 유튜버들의 방송을 자주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동만을 목적으로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극단적 주장을 서슴지 않는 유튜버들의 행태도 광대놀음에 다름 없다. 제대로 규제와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니 이들에게는 굳이 가면이 필요없을 뿐이다. 일반 시민이면 상관없겠으나 권력층이 이에 현혹됐으니 비극으로 이어진 것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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