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관계사에 자산 18% 규모 자금 대여
사우디 실적 쪼개기 가능…이익은 누가?
코스닥 상장사 아스타 가 지분 관계가 전혀 없는 법인에 거금을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아스타 측은 이 법인들이 아스타가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사업의 협력사라 돈을 빌려줬을 뿐 회사와 무관하다고 밝혔는데, 주요 경영진이나 법인 주소지 등이 아스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스타는 지난해 3분기 ‘클라우드토프’와 ‘아퀴다스’라는 법인에 각각 8억4000만원, 8억2000만원씩을 빌려줬다. 총 16억6000만원으로, 아스타 전체 자산의 18%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클라우드토프는 2023년 6월 아스타가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한 법인이다. 최초 사명은 ‘아스타이노베이션즈’였다. 이후 아스타가 지분 100%를 자본금 1000만원만 받고 제삼자에게 양도했고 사명도 클라우드토프로 변경됐다.
아스타는 의료 및 미생물진단용 말디토프(MALDI-TOF) 기반 질량분석기기 등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아스타 측에 따르면 클라우드토프는 이 의료기기에 들어가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법인이다.
아스타 측은 제삼자에게 클라우드토프를 매각한 이유에 대해 사우디 사업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2023년 아스타는 사우디 왕실과 정부가 약 10조원을 투입하는 ‘사우디·한국 산업단지 프로젝트(SKIV)’에 참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사우디국제산업단지회사(SIIVC)와 현지 합작법인(JV)도 설립했다.
아스타는 이 합작법인을 통해 클라우드 운용 기반의 말디토프 질량분석 플랫폼을 사우디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의료기기는 아스타가 생산하고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는 클라우드토프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아스타 관계자는 “사우디 측에서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에 아스타의 지분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조건을 걸어서 클라우드토프 지분을 회사와 전혀 무관한 제삼자에게 매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클라우드토프는 여전히 아스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타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는 클라우드토프 운영에 아스타의 실무진이 관여하고 있어 특수관계사로 분류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 클라우드토프 등기상 본점 주소지는 아스타의 또 다른 관계사 노스퀘스트의 예전 주소지와 같은 층 바로 옆호실이다. 노스퀘스트는 아스타와 지분관계는 없지만 조응준 아스타 대표가 본인 지분 전부를 담보로 제공해줄 만큼 특별한 관계가 있는 법인이다.
아스타는 아퀴다스 역시 사우디 사업과 관련이 있는 회사라고 밝혔다. 아퀴다스가 해외 기술자 등을 동원하고 교육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서 사우디 사업 협력사로 선정했고 돈을 빌려줬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아퀴다스 역시 아스타의 특수관계사다. 아퀴다스는 노스퀘스트의 고충곤 대표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주소지 역시 노스퀘스트의 예전 주소지와 같다. 아스타 사업보고서에도 아퀴다스를 ‘동일한 경영진이 운영 및 지배하는 회사’라고 명시해놨다.
결국 아스타가 사우디 사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매출이 경영진들의 관계사인 클라우드토프, 아퀴다스 등으로 분산되는 구조다. 아스타는 지분 관계가 없어 이들 회사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당이나 지분법 이익 등으로 공유할 수 없다. 그럼에도 사업 밑천만 제공해 준 셈이다.
이에 대해 아스타 관계자는 “사우디 사업이 진행되면 아스타는 80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 지분을 받게 되고 대부분 의료기기 매출은 아스타가 가져가게 된다”며 “클라우드토프와 아퀴다스로 나가는 매출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