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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월드+]변화하는 미국이 만들어낼 미래, 두려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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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주의·세계 보안관 벗어나
미국 최우선 주장하는 트럼프
韓, 새롭게 도약할 기회로

[최준영의 월드+]변화하는 미국이 만들어낼 미래, 두려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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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세계는 새로운 변화를 긴장과 두려움 속에 지켜보고 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는 호기심으로 바라보던 것과 크게 다른 반응이다. 모두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이 과거와 크게 달라질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40년을 주기로 큰 변화를 겪어왔다. 1930년 대공황의 공포 속에서 대통령에 취임한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을 통해 미국을 바꿔놓았다. 우리에게 뉴딜은 주로 정부지출 확대를 통한 대규모 토목사업과 공공근로를 통한 일자리 제공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뉴딜의 진정한 의미는 미국 정치의 문법을 새롭게 썼다는 데 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정치권으로부터 배척받거나 소외되던 노조와 농민 등 미국 서민층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이들로부터 자신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끌어냈다. 지지층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재원과 이를 위한 행정조직이 필요했다. 세율이 높아지고 행정기구가 팽창했다. 큰 정부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국가가 다양한 수단을 통하 국민들을 챙기는 시대가 뉴딜의 핵심이다. 정부 주도의 계획과 사업추진이 일반화되면서 민간에서 추진할 수 없던 대규모 사업이 가능해졌고 이를 통한 2차 세계대전 승리와 그 과정에서의 전시경제 부흥과 전후 복구 사업까지 겹치면서 미국은 번영을 누리게 되었다. 루스벨트가 만든 뉴딜 체제는 미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고 1970년대 초반까지 지속되었다.


1970년대가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워터게이트 사건, 오일쇼크, 베트남전 패배, 스태그플레이션의 장기화 등이 이어지면서 미국은 1970년대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냈다. 미국의 몰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등장한 레이건 대통령은 정부 주도의 뉴딜 시스템을 버리고 시장과 민간이 모든 것을 결정하도록 하는 시장 중심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주장했다. 제조업 붕괴와 대규모 실업 등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미국은 레이건 대통령 시기를 거치면서 급격한 변화를 견뎌냈고 결국 새로운 미국으로 변화하면서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국은 1980년대 이후 40년 동안의 미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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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이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으며, 그 원인은 외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와 미국 연방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딥스테이트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미국을 새롭게 탄생시킬 수 있다고 믿는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였으며, 일론 머스크를 통해 연방정부의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내부의 이러한 변화는 결국 대외정책의 변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미국 최우선을 주장하는 트럼프에게 미국이 그동안 해왔던 대외정책은 불필요한 희생과 비용의 낭비만을 가져왔다고 인식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모든 지역에서 무조건 철수하고 축소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을 해치는 것으로 트럼프는 여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는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을 자신의 영향권으로 설정하고 여기에 도전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강력한 견제와 응징을 계획하고 있다.

트럼프에게 미국의 영향권은 전통적으로 미국이 자신의 세력권으로 여겨왔던 서반구이다. 서경 20도를 기준으로 서쪽을 가리키는 서반구는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등 북극권 지역과 카리브해와 중·남미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곳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은 트럼프에게 미국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적대세력이다. 취임 이전부터 멕시코, 캐나다 등 국경을 접하고 있는 국가에 대한 각종 압박을 가하고 그린란드를 구매하고 파나마 운하를 돌려받겠다는 트럼프의 언급은 이러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아시아의 경우 트럼프는 한국, 일본, 필리핀을 자신의 영향권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2차세계대전 승전국으로서 일본은 당연한 미국의 영향권이며 필리핀 역시 과거 식민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아시아 대륙에 대한 거점 유지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군사력 배치에서 유일하게 섬이 아닌 아시아 대륙에 거점을 두고 있는 것이 주한미군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들 국가들에 안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할 것은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언급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생각은 대미무역흑자 축소, 미국에 대한 투자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 보다 넓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트럼프는 베트남을 비롯한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해서 이전 정부와 달리 고율 관세부과 등 압박을 높일 것이다. 이들 국가의 무역흑자 증가는 중국 기업의 우회 수출에 따른 것이라는 것이 트럼프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예상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급선무이다. 냉전종식 이후 미국이 추진해왔던 다자주의와 해외 문제에 대한 적극 개입이 미국을 약화하고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변화하는 미국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대응을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4년 후 트럼프가 대통령에서 물러나더라도 트럼프가 변화시킨 미국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트럼프 재임 기간을 잘 버티고 견디면 된다’라는 인식은 우리를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할 수 있다. 1991년 예상치 못한 소련 붕괴가 만들어낸 냉전 종식 이후 급격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기회를 포착하고 지속적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다가올 변화를 막연하게 두려워하기보다는 새로운 기회와 도약의 기회로 인식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 2025년 1월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글로벌 법률·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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