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 사내 공모절차 최근 중단
대내외 악재 겹쳐 개편 미뤄져
상징적 선언보다 노력에 집중
초과이익성과급 자사주 지급 시행
"선진국형 보상체계" 긍정 평가
삼성전자가 40년만에 추진하고 나섰던 ‘반도체인의 신조’ 개편이 중단됐다. 사내에서 진행하던 표어 공모를 돌연 중단한 것이다. ‘정신무장’ 문구를 고치는 겉치레보단 근원적인 기술력을 복원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21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지난해 9월 시작한 ‘반도체인의 신조’에 담을 10개 문구 사내 공모 절차를 최근 중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홀드(잠정중단)’된 상태라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인의 신조’는 1983년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당시 임직원의 의지를 다지고자 만든 10가지 행동 다짐이다.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큰 목표를 가져라’, ‘일에 착수하면 물고 늘어져라’ 등이다. 이 문구들은 인쇄물로 출력돼 삼성전자 DS 공장 곳곳에 지금도 붙어 있다. 반도체인의 신조는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지만 최근 사내에선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세대 교체에 발맞춰 변화가 필요하다는 요구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당초 새로운 ‘반도체인의 신조’를 발빠르게 준비해서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50주년이 되던 지난해 12월 6일 화려하게 내걸려고 했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반도체 사업 실적과 경기 침체 등 대외적인 악재들이 겹치면서 발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에도 발표할 적기를 물색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런 가운데서 일각에선 이른바 ‘MZ세대’라 불리는 저연차 사원들의 문화와 성향에도 맞지 않은 문구란 인식도 더해지면서 문구의 개편은 더욱 미뤄지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고위 임원은 "지금은 어떠한 상징적인 선언보다 기술 경쟁력 복원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반도체인의 신조 개편은 무기한 미뤄졌지만 삼성전자는 사내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추가 조치들을 검토하고 일부는 시행하고 있다. 최근엔 임원들을 대상으로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한다고 사내에 공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상무는 성과급의 50% 이상, 부사장은 70% 이상, 사장은 80% 이상, 등기임원은 100%를 자사주로 선택해야 한다. 주식은 내년 1월 지급되고 부사장 이하는 지급일로부터 1년간, 사장단은 2년간 매도할 수 없다. 주가가 하락하면 하락률만큼 지급 주식 수량도 줄어든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선진국형 보상체제로 가는 첫걸음마를 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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