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수익성 뒷걸음질
K-뷰티 효과, 국내 화장품 수출액 최대
경쟁사 아모레 매출·영업이익 모두 성장
'K-뷰티' 열풍이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LG생활건강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나타났다. K-뷰티 성장세가 가팔랐던 미국과 유럽 시장 대신 중국 투자를 늘린 탓이다. LG생활건강은 올해 미국에 대한 투자 규모를 더욱 늘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실적 반등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 추정치가 전년 대비 0.1% 증가한 6조812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4590억원으로 5.7% 감소했다. 매출은 사실상 제자리인데 2021년 이후 내리막을 걸어온 수익성은 지난해에도 부진했다.
시장에선 지난해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을 4650억~4700억원대로 기대했지만 사실상 '어닝쇼크'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2040억원으로 같은 기간 25%나 증가했다. 2023년 미국 자회사 '에이본'의 영업권 손실이 발생하면서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었는데 지난해 이 같은 비용이 줄어든 데다 고환율 효과로 외환차익이 늘어난 덕분이다.
중국 시장에 베팅했지만…미국이 K-뷰티 '성지'
LG생활건강의 실적 부진은 중국의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위축된 중국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특히 화장품 시장은 중국인들의 '애국소비(궈차오)' 열풍까지 겹치면서 더디게 회복 중이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베팅했다. 중국 내 인기 브랜드인 '더 후' 리브랜딩을 진행하고, 온라인 유통채널을 확대하는 등 중국 본토 소비를 일으키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중국 매출은 5691억원으로 전년 대비 400억원가량 증가했다. 매출 비중도 1%포인트 늘었다. 다만 중국 광군제 프로모션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수익성이 개선되지는 못하면서 전체 영업이익 감소를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부진한 실적은 지난해 국내 화장품 업계가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화장품 회사들은 북미와 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 판매 지역을 확대하며 역대 최고 수출액을 달성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은 85억7517만달러(약 12조3600억원)로 전년에 기록한 71억8188만달러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특히 K-뷰티는 미국 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K-뷰티는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의 화장품 주요 수입국 1위에 올랐다. 국내 화장품 회사들은 미국 최대 e커머스 채널인 아마존에 입점, K-뷰티 카테고리를 만들며 현지 소비자들을 빠르게 끌어모았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2024년 2년 동안 미국 e커머스 화장품의 분기 판매액 성장률은 평균 22.5%였지만 K-뷰티는 63%에 달했다. 아마존에서 판매된 기초 화장품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K-뷰티의 평균 성장률은 101.5%, 아마존 전체 화장품 군은 42%를 기록했다.
경쟁사 아모레퍼시픽, 中 구조조정 성공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 도 K-뷰티 열풍의 수혜를 누렸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전체 매출의 20~35%를 차지했던 중국 매출이 빠지면서 나란히 실적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하지만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이후 두 회사의 전략은 달랐다. 아모레퍼시픽은 미국과 유럽, 일본으로 채널을 다변화하면서 중국 사업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 주목했는데, 브랜드 '라네즈'와 '이니스프리', 인수 브랜드 '코스알엑스'를 주력 브랜드로 내세웠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해외 서구권(미국·유럽 등) 매출액은 2011억원으로 전년 동기(831억원) 대비 142% 신장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에서 20%로 확대됐다. 반면 중화권 매출은 1476억원에서 976억원으로 감소했고 매출 비중은 16%에서 10%로 떨어졌다.
LG생활건강도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경쟁사보다 공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았다는 평가다. '빌리프' 'CNP' '더페이스샵' 등을 아마존 채널에 입점하는 정도였다. 여기에 2019년 인수한 미국 자회사 '에이본'의 구조조정도 미국 사업에 영향을 줬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경기 부양책으로 중국 소비 심리가 개선된다면 실적 회복세에 힘이 실리겠지만 이러한 흐름이 화장품 산업의 트렌드에 부합하지는 않는다"며 "미국 노출도가 있지만 아직 채널 성장의 모멘텀이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미주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재구조화한다는 복안이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이 발표한 올해 신년사를 보면 올해 중접 사업으로 '글로벌 사업 리밸런싱'을 강조했다. 이는 미주 시장과 일본, 동남아시아 시장에 맞는 브랜드들을 내세워 채널 확장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LG생활건강은 미국에서 빌리프, CNP, 더페이스샵을 중심으로 젊은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을 보강하고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채널과 오프라인 채널을 확대하는 등 마케팅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힌스' 'CNP'와 오랄 케어 제품을 내세워 온라인 영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지역 진출에도 나선다. 신년사에서 중국에 대한 언급은 후순위로 밀렸는데 이 사장은 "수익성에 기반한 성장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기존에 하던 마케팅 규모를 줄인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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