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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출범 앞두고 16년 묵은 한미 원전 갈등 풀었다[Why&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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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에너지부 회의실에서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 및 관계자들과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2025.1.9.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연합뉴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에너지부 회의실에서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 및 관계자들과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2025.1.9.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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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정부가 원자력 수출·협력 약정(MOU)을 체결한 데 이어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료하기로 극적으로 타결한 것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과 미국 간 원자력 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전과 한수원,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지식재산권 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에 제기했던 소송을 취하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의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 신청도 취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합의에 따라 오는 3월까지 목표로 했던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을 위한 본계약 체결에 청신호가 켜졌다. 분쟁 종료 사실이 알려지자 체코 측은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페트로 피알라 체코 총리는 소셜네트워크(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번 타결은 체코에 좋은 소식"이라며 "양측의 협상 타결은 두코바니의 신규 원전 건설 완성을 지원할 것이며 체코 산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카스 블체크 체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두코바니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좋은 소식"이라고 전했다.

"美 신정부와도 원전 협력 기대"

이번 지식재산권 분쟁 타결은 지난 8일 한미가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MOU를 체결한 지 일주일 만에 나온 것이다. 당시 양측은 공동 보도자료에서 "민간 원자력 기술에 대한 양국의 수출 통제 관리를 강화하는 가운데 제3국의 민간 원자력 발전 확대를 위한 양국 간 협력의 틀을 제공한다"고 밝혀 양국 원전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전-한수원-웨스팅하우스는 구체적인 협상 조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원전 업계에서는 한국 측이 웨스팅하우스에 특허 사용료를 지불하거나 일감의 일정 부분을 분배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중동, 유럽 등 지역별 안배 조건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시장을 미국 측에 양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확대될 원전 시장에서 그동안 발목을 붙잡았던 미국과의 해묵은 갈등을 풀고 함께 신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2기 출범 앞두고 16년 묵은 한미 원전 갈등 풀었다[Why&Next] 원본보기 아이콘

특히 양국 간 MOU 체결 및 민간 분쟁 타결이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가 끝나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극적으로 이뤄졌다는 데 주목된다. 이번 협상에 참여했던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끝까지 책임 있게 협상을 마무리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었기에 협정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미 양국 모두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원점부터 다시 논의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양측이 한발씩 물러서 극적으로 타결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앞으로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원전 확대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는 지난 15일 미국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상업용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를 포함한 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라이트 지명자는 대형 원전보다는 소형모듈 원자로(SMR)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도 이번 협상으로 향후 한미 간 원전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인 한국과 미국이 손을 잡는다면 세계 원전 시장에서 중국, 러시아에 맞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 정부 입장에서도 이번 협상이 나쁠 것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신규 원전 건설 경험이 없는 미국 입장에서는 원전 건설 및 운영 경험이 풍부한 한국 기업과 손을 잡는 것이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율촌의 안정혜 국제통상팀장(변호사)은 "트럼프 당선인 측이 원전에 대해 관심이 높은 만큼 조선 산업뿐 아니라 원전 분야에서도 한미 양국이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6년 묵은 갈등

한국과 미국 원전 기업 간 갈등의 씨앗은 16년 전에 뿌려졌다. 2009년 한전은 웨스팅하우스를 제치고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에 성공했다. 이때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이 자사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원전 기술에 다소 모자란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정부와 한전은 웨스팅하우스를 '기술 제공자'로 인정했다. 한전은 주기기 건설 과정에서 필요한 일부 품목을 웨스팅하우스로부터 공급받기로 하면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웨스팅하우스가 설비 공급 명목으로 받은 돈은 약 20억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대상인 원전 수출에 필요한 신고 절차도 웨스팅하우스가 진행했다.


이후 원전 기술 국산화 진척에 따라 한국은 체코, 폴란드 등 신규 원전 수주를 독자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10월 미국 워싱턴D.C. 연방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한수원이 수출하려는 한국형 원자로(APR1400)가 자사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했다며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수출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연합뉴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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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 법원은 2023년 9월 수출통제 집행 권한은 미국 정부에 있기 때문에 민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각하했고 웨스팅하우스는 항소했다. 지난해 7월 두코바니 신규 원전에서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체코 독점당국에 이의도 제기했다.


한수원은 APR1400이 독자 개발한 모델인 만큼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웨스팅하우스가 자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자 한수원도 2022년 10월 대한상사중재원에 'APR1400에는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정해달라'는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중재 결과는 올해 말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한전, 한수원, 웨스팅하우스가 지재권 분쟁을 종료하기로 함에 따라 양측이 제시했던 소송 및 중재 절차는 모두 종료하게 됐다.

갈등의 시작과 끝 '시스템80'이란

한전이 UAE 바라카에 수출했던 원자로는 한국형 원자로라고 불리는 APR1400이다. 이번 체코 두코바니 원전에 제공할 원자로는 이보다 용량을 줄인 APR1000이다. 웨스팅하우스는 2개의 원전 모두 자사의 '시스템80'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1987년 영광 3·4호기를 건설할 때부터 미국 컴버스천엔지니어링(CE)과 기술 이전 제휴를 맺고 가압형 경수로 원전을 국산화하기 시작했다. 이때 CE가 만든 원자로가 바로 시스템80이다. 이후로 만들어진 울진 3·4호기, 영광 5·6 호기, 울진 5·6호기,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 등은 CE로부터 기술이전을 통해 만들었다. 이를 '한국형 표준 원자로(OPR1400)'라고 불렀다.


CE는 이후 유럽의 ABB에 인수돼 ABB-CE가 됐고 ABB-CE는 다시 웨스팅하우스에 인수됐다. CE의 시스템80의 지식재산권도 웨스팅하우스로 이전됐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022년 사모펀드인 브룩필드 및 캐나다 핵연료 기업인 카메코(Cameco)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브룩필드가 51%, 카메코가 4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허 시비를 없애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원전 국산화를 추진했고 기조과 다른 노형인 APR1400을 개발했다. APR1400은 신고리 3·4호기부터 적용했으며 UAE에 처음 수출됐다. 원전 업계 한 관계자는 "APR1400 역시 시스템 80의 설계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웨스팅하우스의 특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분쟁 타결은 국산화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늘 따라붙었던 '지재권 침해 논란'이라는 꼬리표를 떼어 버릴 수 있게 됐다는 데서도 의미가 있다.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강희종 기자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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