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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마음은 젊은 사람이 잘 알지" 신입 시켜 대박친 日 다마고치의 역사 [日요일日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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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의 성장은 멈출 수 없어"
반대 불구 '수명있는 캐릭터' 콘셉트 유지
여고생 타깃으로 개발…20살 신입에게 프로젝트 맡겨

어릴 적 게임 '다마고치' 가지고 놀았던 경험 있으신가요? 저도 지금은 집에 고이 모셔두긴 했는데 지난해 추억에 젖어 새로 다마고치를 사서 좀 갖고 놀았었답니다. 똥 치워주고 밥 줘야 하고 손이 여간 많이 가는 게 아닌데, 막상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또 하게 되더라고요.


이번 주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이 다마고치의 역사가 다시 재조명됐더라고요. 다마고치 탄생 비화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이라 이번 주는 일본의 다마고치 역사에 대해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다마고치. 반다이.

다마고치. 반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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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고치는 1996년 출시됐습니다. 당시 완구업체인 반다이는 매출 부진으로 신상품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해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자회사인 완구 기획사 위즈에게 신제품 개발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합니다. 고려해볼 주제로는 반려동물을 제시했다고 해요. 당시 컴퓨터로 열대어를 키우는 게임 '아쿠아존' 등이 성인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위즈는 이를 토대로 반려동물의 생활을 유사 체험할 수 있는 장난감을 고민하게 됩니다. 지금의 다마고치의 콘셉트가 만들어진 셈이죠. 살아 있는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캐릭터에게 밥을 안 먹이면 죽고, 밥을 먹이면 똥도 싸고, 안 치우면 병도 들고, 잘 키워도 언젠가는 이별해야 하는 다마고치 설정이 탄생하게 됩니다.


사실 반다이에서는 이러한 콘셉트가 너무 잔인하니 시간이 자동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일시 정지 기능을 넣으면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왔었다고 해요. 그래도 "생물의 성장은 도중에 멈추는 일이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합니다. 출시 전까지도 사내에서는 "키우던 동물이 죽는 설정의 장난감이 어디 있느냐"며 반발이 심했지만, 리얼리티를 고집한 끝에 지금의 다마고치로 우뚝 설 수 있었다고 해요.

다마고치로 통신하는 모습. 반다이.

다마고치로 통신하는 모습. 반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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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비결 중 다른 하나는 20살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다마고치 출시를 담당하게 한 것인데요. "네가 고등학생 마음을 잘 알지 않겠느냐"며 여사원에게 이를 맡겼다고 합니다. 애초에 다마고치가 목표로 하는 주 타깃층은 여고생이었기 때문이죠. 이분은 원래 손목시계 형태로 출시되려고 했던 다마고치를 우리가 아는 지금의 형태로 바꿔놓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손목시계형보다 키홀더같이 가방에 걸 수 있는 형태를 좋아한다"고 제안한 것인데요. 덕분에 다마고치는 학생들이 가방에 매달아 사용하는 등 큰 인기를 끌게 되죠.

또 젊은 친구들이 대충 그렸지만 귀여운 일러스트를 좋아한다는 것을 공략해 사내에서 그림을 좀 잘 그리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캐릭터를 여러 개 그려보라고 시켜 어딘가 엉성한 게 매력인 다마고치 캐릭터가 탄생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후 다마고치는 전 세계 히트를 하게 되죠. 위즈의 독특한 경영 방식 등 모든 것이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저녁에 출근해도 상관없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한밤중에도 회의를 여는 파격적인 근무 형태로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다만 매번 잘나가라는 법은 없듯 위기가 닥쳤다는데요. 넘치는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무리하게 증산을 시도했고, 결국 남은 재고를 전부 떠안게 됩니다. 반다이는 다마고치 출시 3년 뒤인 1999년에 60억엔(562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떠안게 되고 사장이 책임지고 물러나기까지 하죠.


그런데도 다마고치는 진화를 거듭했고,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요즘 출시되는 다마고치 기종에는 와이파이 기능이 탑재돼 전 세계 이용자가 키운 캐릭터와 교류할 수 있게 됐죠. 지난해 3월 기준 반다이에서 팔린 다마고치는 9400만개가 넘는다고 해요.


모든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다마고치의 매력은 이렇게 생겨났습니다. 개발 당시에 지켜나갔던 고집, 신입에게도 중책을 맡겨 보는 회사의 판단도 주효했던 것 같네요.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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