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4.04%나 빠져
작년 8월 이후 최대 낙폭
애플의 3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수년간 스마트폰 판매 1위를 달리던 애플이 지난해 3위로 추락하면서 주가가 4% 급락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04% 하락한 228.2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8월5일(4.82%) 이후 최대 낙폭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애플 주가는 작년 12월 최고치 대비 약 12% 하락했으며 올해 들어 상위 7대 기술주 중 최악의 성과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애플 주가가 급락한 건 애플이 지난해 비보, 화웨이 등 중국 업체에 밀려 3위까지 떨어진 영향이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2억8400만대) 중 저가형 스마트폰 업체인 비보가 17%를 차지했고 고가형 제품을 내놓는 화웨이는 16%로 2위였다. 애플은 15%에 그쳤다.
지난해 애플 아이폰의 중국 매출은 4개 분기 내내 감소세를 보였다. 연간 매출 감소 폭은 사상 최대 규모다. 미·중 갈등 여파가 지속되며 중국산 스마트폰에 대한 '애국 소비'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2023년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외국 스마트폰 사용 제한' 조치를 실시하는 등 국산품 사용을 장려하고, 기술 자립을 위해 자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지원해왔다.
또 중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에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되지 않은 점도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애플은 지난해 9월 AI 도구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지원하는 아이폰 16을 공개했다. 주요 알림 우선순위 지정, 통화 내용과 메일을 자동 요약해주는 등 AI 비서 역할을 지원한다. 문제는 중국에서 허가가 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이폰 신제품 구매의 유인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미국 시장분석기업 I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2.4% 늘어나는 동안 애플은 중국 내 판매 부진으로 4.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애플의 주요 공급업체인 TSMC가 이날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계절적 요인으로 전 분기 대비 6%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한 것도 애플엔 악재였다. TSMC는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A 시리즈' 등 애플의 핵심 칩을 제조한다.
아울러 TSMC가 지난 4분기 AI 칩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힌 점도 애플의 부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위탁 생산하는 매출이 TSMC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스마트폰 칩 생산 매출을 뛰어넘었다고 추정되는 대목이다.
CNBC에 따르면 밍치 쿠오 애플공급망 분석가는 애플의 올해 상반기 출하량이 연간 6% 감소할 것이며 대부분 출하량 감소는 2분기에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애플 인텔리전스가 하드웨어 교체 주기를 앞당기거나 서비스 사업에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평가했다.
할인에 인색한 애플이 판매 촉진을 위해 프로모션에 나서는 움직임도 보인다. 지난 4~7일 중국에서 공식 판매망을 통해 아이폰 16 모델의 가격을 최대 500위안(약 10만원) 인하했다. 구형 아이폰 모델과 맥북, 아이패드 등 다른 제품군에도 200~300위안 할인을 적용했다. 애플은 오는 30일에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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