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에서 내무부 장관으로 낙점된 더그 버검 후보자가 16일(현지시간) 인사청문회에서 전기차 세액공제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에너지 패권'이 미국 안보의 핵심이라면서 시추 제한 해제 등 공격적인 에너지 생산도 예고했다.
버검 후보자는 이날 상원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가 진행한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당선인이 선언한 이른바 ‘에너지 지배(energy dominance)’ 비전을 실현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시추 제한 등을 추진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모두 뒤집고, 화석연료 진흥 등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스다코타 주지사를 두 차례 지낸 버검 후보자는 미국이 그 어느 국가보다 많은 석유를 생산하고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임에도 현재 에너지 위기에 처해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서 에너지 생산이 제한되더라도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다. 그저 러시아, 베네수엘라, 이란과 같은 국가로 생산이 이전될 뿐"이라며 "그곳의 독재자들은 환경에 전혀 관심이 없고, 에너지 판매로 얻은 이익을 우리와 동맹국을 상대로 한 전쟁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검 후보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드릴, 베이비, 드릴' 의제를 시행하는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석유 및 가스 시추, 천연가스 개발, 화석연료 진흥 등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에너지 가격을 절감하는 동시에 적국들이 에너지 수출을 통해 전쟁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 측 구상이다. 버검 후보자는 "미 국민은 에너지 지배 비전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에 분명한 신뢰를 보냈다"며 "이는 미국의 번영, 경제, 안보의 토대"라고 강조했다.
전기차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을 쏟아냈다. 버검 후보자는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입법성과로 꼽히는 IRA가 중국이 전기차 생산에 활용되는 전 세계 주요 광물 자원의 85%를 장악한 시기에 통과됐다는 점을 짚으며 "중국과 냉전, 사이버 전쟁을 벌이고 있고 북한, 러시아는 매일 도발을 하는 시점에 주요 적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중국산 광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잘못된 지원책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대형 산불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A)에 연방 차원의 지원이 조건 없이 이뤄져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앞서 공화당 의원들은 이번 지원이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개빈 뉴섬 주지사는 이에 강하게 반발했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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