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그세스, 北에 "핵보유국(nuclear power)"
트럼프 2기, 북미 핵담판 가능성
인태 미군 태세 재점검, 동맹 국방비 부담 확대 추진
오는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된 피트 헤그세스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며 인도태평양과 세계 안정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미 핵담판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헤그세스 지명자는 인태 지역을 비롯해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의 태세를 재점검하고, 동맹과 파트너의 국방비 지출 확대도 추진할 뜻도 시사했다.
14일(현지시간) 헤그세스 지명자는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핵탄두를 운반하는 미사일 사거리 증가에 대한 집중, 증대되는 사이버 역량은 한반도, 인태 지역과 나아가 세계 안정에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자제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고 불법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 온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용인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헤그세스 지명자가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지칭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를 전제로 북한과 직접 핵담판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핵군축을 위한 협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세 차례 만나는 등 북미 대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헤그세스 지명자는 인태 지역 미군 태세와 관련해 "중국의 역사적이고 신속한 군사력 강화와 억제력을 다시 수립해야 하는 시급함을 고려해야 한다"며 "인태 지역에서 우리의 전력 태세를 강화하고 작전 역량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인준되면 인태 지역에서 우리 태세를 재검토하고 그런 노력을 우선해 추진할 방법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의 주일미군 지휘통제 구조 강화 노력을 지지하냐는 질문에는 "일본과 합동 전쟁 역량을 개발하고 상호 운용성을 개선하는 건 인태 지역에서 우리의 억제 태세를 크게 강화할 것"이라며 적절한 지휘통제 구조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헤그세스 지명자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무력을 전진 배치하고 서태평양에서 접근 거부 방어체제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방비 지출과 관련해 동맹과 파트너의 부담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한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에 대한 국방비 지출 확대 요구와 궤를 같이한다.
그는 "내가 인준되면 국방부에 지시해 건강한 동맹과 파트너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있는지에 대해 재평가할 것"이라며 "동맹과 파트너의 국방비 지출 증대와 부담 공유는 우리의 관계가 일방적이지 않도록 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들은 강력하고 건강한 동맹은 일방적(혜택 제공)일 수 없음을 미국이 계속 강조하리라는 것을 이해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상호 신뢰의 기초는 침식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비용) 증액과 함께 주한미군을 포함해 인태 지역에 배치된 미군 규모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예상된다.
아울러 헤그세스 지명자는 "미국은 세계에서 강력한 동맹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며 "동맹, 파트너들과의 상호 이익에 입각한 공동 방어는 상대를 압도하는 전략적 우위를 창출한다"고 밝혔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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