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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원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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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가 한강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원문을 12일 공개했다.


한강은 지난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이어 스톡홀름 신청사 블루홀에서 열린 연회에서 약 5분 가량 되는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한강은 영어로 소감을 발표했으며 문학동네는 우리말 원문을 공개했다.

다음은 문학동네가 공개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원문.

한강 작가가 지난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신청사 블루홀에서 열린 연회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한강 작가가 지난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신청사 블루홀에서 열린 연회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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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때의 어느 날을 기억합니다. 주산학원의 오후 수업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맹렬한 기세여서, 이십여 명의 아이들이 현관 처마 아래 모여 서서 비가 그치길 기다렸습니다. 도로 맞은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보는 듯 그 처마 아래에서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나오지 못하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쏟아지는 빗발을 보며,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느끼며 기다리던 찰나 갑자기 깨달았습니다. 나와 어깨를 맞대고 선 사람들과 건너편의 저 모든 사람들이 ‘나’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저 비를 보듯 저 사람들 하나하나가 비를 보고 있다. 내가 얼굴에 느끼는 습기를 저들도 감각하고 있다. 그건 수많은 일인칭들을 경험한 경이의 순간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문학을 읽고 써온 모든 시간 동안 이 경이의 순간을 되풀이해 경험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어라는 실을 통해 타인들의 폐부까지 흘러들어가 내면을 만나는 경험. 내 중요하고 절실한 질문들을 꺼내 그 실에 실어, 타인들을 향해 전류처럼 흘려 내보내는 경험.


어렸을 때부터 궁금했습니다. 우리는 왜 태어났는지. 왜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지. 그것들은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졌고, 지금도 던지고 있는 질문들입니다. 우리가 이 세계에 잠시 머무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 세계에서 우리가 끝끝내 인간으로 남는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장 어두운 밤에 우리의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이 행성에 깃들인 사람들과 생명체들의 일인칭을 끈질기게 상상하는, 끝끝내 우리를 연결하는 언어를 다루는 문학에는 필연적으로 체온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렇게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일은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들의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폭력의 반대편인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함께, 문학을 위한 이 상의 의미를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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