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지명 반대 처음…상원에 서한 전달
"국민 건강 위험…현실 외면 안돼"
노벨상 수상자 77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인준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하는 서한을 미 연방 상원에 보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의학, 화학, 경제학, 물리학 등 분야 노벨상 수상자들이 상원의원에게 트럼프 당선인이 지명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인준을 승인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NYT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자들이 내각 지명에 반대하며 단체 행동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13일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지명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의학과 과학, 행정 분야에서 자격이 부족한 케네디 주니어가 공중 보건을 보호하고 생의학 연구 자금을 지원하는 부서를 이끌기에 적합한지 의문"이라며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하면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하고 미국의 건강 과학 분야 세계적 리더십이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케네디 주니어가 각종 음모론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반(反)백신 단체를 설립하고 ‘자폐증이 백신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는 등 ‘백신 회의론자’로 유명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동안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반인도적 범죄’라 부르며 나치의 홀로코스트와 비교했고, 코로나19가 백인과 흑인을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바이러스라고 주장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백신을 자폐증과 연관 지어 거짓 주장을 하고,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이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를 거부했다. 증거 없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특정 인종 집단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또 케네디 주니어가 백신과 수돗물 불소 첨가 등 검증된 공중 보건 도구에 반대하는 것은 국가 복지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한 초안을 작성한 199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리처드 로버츠 박사는 가능한 한 정치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면서도 "과학에 대한 이런 정치적 공격은 매우 해롭다. 과학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한이 소수의 상원의원을 설득하더라도 케네디 주니어의 임명을 막기에 충분할 것이라며 "우리는 정말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한에 서명한 인물로는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빅터 앰브로스 매사추세츠대 의대 교수와 개리 러브컨 하버드대 의대 교수, 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등이 있다.
198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해럴드 바머스 박사는 "과학은 이 나라의 정치 구조에 달려 있다"며 "우리가 과학자라는 이유만으로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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