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마감한 레지던트 모집에 극소수만 지원
"전공의 '처단' 표현에 분노…일반의로 취업완료"
내년 3월 수련을 시작할 전공의(레지던트 1년 차) 모집에 빅5 병원들(서울성모·삼성서울·서울아산·세브란스·서울대병원)조차 지원자가 소수에 그치면서 일 년 가까이 지속돼 온 의료 공백이 더욱 장기화할 전망이다. 사직 전공의들은 최근 계엄사령부의 '처단' 등 정부의 과격한 표현에 크게 분노하고 있는 데다 이미 상당수가 일반의로 취업을 한 만큼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수련평가위원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176개 수련병원이 지난 4일부터 9일 오후 5시까지 내년 상반기 전공의 총 3594명을 모집한 결과 대부분의 병원에서 대체로 지원자 수가 10명 안팎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지역 상급종합병원이자 대표적인 수련병원인 빅5 병원들 역시 지원자가 한 자릿수에 그치거나 병원별로 10명을 겨우 넘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진행된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도 전체 모집인원은 7645명이었으나 총지원자 수는 125명에 그쳤다.
전공의들은 올해 2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정책 등에 반대하며 수련병원을 사직한 뒤 현재는 대부분 병·의원에 일반의로 취업을 한 상태라 수련병원 복귀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당시 '전공의 처단' 등을 명시한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A씨는 "현재 일반의로 의원급 병원에서 근무 중이라 현실적으로 수련병원 복귀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래도 생각이 없었지만,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보며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A씨는 "포고령에 뜬금없이 전공의를 콕 짚어 명시해 처단한다고 했다. 정부가 사직 전공의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의 한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B씨도 "포고령을 통해 현 정부가 전공의를 주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며 "지금은 한국 의료를 위해 우리의 요구사항을 전달해야 하지 수련병원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종합병원에서 근무 중인 B씨는 "전공의들은 사직을 했지 파업하지 않았고, 지금도 상당수가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전공의는 정부가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 중 하나로 내놓은 전공의 수련혁신 방안에 대해서도 복귀를 고려할 만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전공의 수련혁신 방안은 전공의들의 주간 근무시간을 80시간에서 72시간으로, 연속 근무시간은 36시간에서 24~30시간으로 단축하고 수련수당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 C씨는 "정부가 제시한 방안들 모두 의도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현실성과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왜곡될 가능성까지 있다"며 "일례로 기피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무시간만 단축되면 같은 의료진이 같은 양의 일을 소화하기 위해선 '불법 근무'를 더 할 수밖에 없고, 역설적으로 인정되는 근로시간은 줄어 월급이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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