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코스피 2400선 깨져
코스피·코스닥 나란히 종가기준 연저점 경신
외국인 4일째 순매도 행렬, 회복돼야 하락추세 진정
탄핵 정국 후폭풍 여파로 코스피가 9일 연중 최저점 수준까지 밀렸지만, 전문가들은 '투매'보다는 '관망 혹은 분할매수'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한국 증시 흐름을 바꾸려면 외국인이 돌아와야 하는데 외국인 복귀 여부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위협받는지 여부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과 외평채 가산금리를 통해 살펴볼 것으로 권했다. 정부는 이번 계엄령 사태가 한국 대외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글로벌 신용평가사와의 면담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탄핵정국 장기화 조짐으로 인한 불안으로 9일 국내 증시는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대폭 하락해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고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에 올라섰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허영한 기자
증시 중장기적 방향성에 정치 영향 제한적…2400선 깨지면 분할매수 대응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9일 "애초 트럼프2기 행정부의 관세 예고,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 부진 등 애초에 증시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는 않았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한국의 복원력이 입증된다면 탄핵정국 이전 수준까지는 코스피가 복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코스피 저점은 2250포인트로 제시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78% 내린 2360.58에 마감하며 종가기준 연 저점을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보유 주식을 팔기보다 관망하거나 분할매수로 대응할 것을 권했다. 코스피가 역사적 저점에 도달한 상황에서 투매에 나서는 것은 확정 손실만 안겨줄 뿐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단기적으로 2450~2500선 회복과 안착이 확인되기 전까지 신규 대응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신규 투자를 준비한다면 2400선 이하에서는 변동성 확대 시 분할매수가 유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중장기적인 증시 방향성에 정치가 미치는 지속력은 길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중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투매 성격이 짙은 매도에 동참하기보다는 관망 혹은 분할 매수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하락 추세가 진정되려면 결국 외국인 수급이 회복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부터 4일 연속 주식을 1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로 지수 낙폭은 제한됐지만, 외국인이 순매도 기조를 이어간다면 시장 흔들림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향후 증시와 관련해 외국인에게는 경제 펀더멘털의 훼손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일 것"이라고 짚었다.
이경민 연구원은 "3분기 실적시즌 이후 외국인이 업종 종목 순환매를 주도하고 있다"며 "낙폭과대 실적 대비 저평가 업종 중심으로 매도세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에 경고…CDS프리미엄 아직까진 큰 변화 없어
외국인 복귀 여부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훼손에 좌우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다만 경제 펀더멘털 훼손 여부를 살펴보면 아직 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움직임은 없다. 그러나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의 신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6일(현지시간) ‘정치적 변동성에도 한국의 신용 펀더멘털은 건재하다’ 보고서를 통해 "정치적 위기가 장기화하거나 정치적 분열이 정책 집행, 경제 성과 또는 재정 관리를 훼손할 경우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기본 시나리오상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AA-/안정적’을 뒷받침하는 경제·대외 신용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봤다.
또 다른 신평사인 무디스 역시 계엄 사태 후폭풍이 장기화하면 정부 역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애널리틱스는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해 경제활동에 영향을 끼치면 신용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2015년 12월 Aa3에서 Aa2로 상향한 후 10년째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Aa2는 무디스 등급 중 세 번째로 높다. S&P, 피치 역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다. S&P도 2016년 8월 총 21개 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인 AA를 부여했다.
정부는 탄핵정국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 고조가 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외 기관투자가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탄핵정국이 불러올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용평가사와의 만남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일호 전 부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 3대 신평사에 부총리 명의의 서한을 발송해 국정 불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최상목 부총리 역시 유 전 부총리 때와 마찬가지로 국가 신인도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용등급은 긴 호흡을 가지고 변화하므로 빠르게 달라지는 시장 분위기를 포착하려면 또 다른 지표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 지표가 바로 매일 변화를 알 수 있는 CDS 프리미엄과 외평채 가산금리다. 두 지표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전자는 부도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보험료이고 후자는 한국 정부가 외화로 채권을 발행할 때, 기준인 미국채 금리에 추가로 제공하는 금리다. 이 지표가 높을수록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관의 신용위험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CDS 프리미엄과 관련해 특이 동향은 포착되지 않았고 외평채 금리 역시 큰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매달 초 공개하는 외환보유액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돼야 환율 변동성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154억달러로 역대 최대치였던 2021년 10월(4692억달러)에 비해 538억달러(11.5%) 줄었다. 한은과 당국이 원화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지속적으로 개입해 달러를 내다 팔 경우 외화준비금은 더 빠르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2018년 6월(4003억달러) 처음 4000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6년 5개월 동안 유지하고 있는 4000억달러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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