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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8년 전 촛불과 지금의 LED 응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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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강추위, K-팝·춤으로 이겨내
“영원한 건 절대 없어” 노래 가사
대통령·국힘, 민심 제대로 들었나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고 누가 그랬죠? 그래서 이번엔 꺼지지 않는 LED 응원봉 들고 나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이 진행된 7일 저녁 서울 여의도공원에 운집한 시민들이 탄핵 구호를 외치고 있다. 허영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이 진행된 7일 저녁 서울 여의도공원에 운집한 시민들이 탄핵 구호를 외치고 있다. 허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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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를 가득 메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탄핵’ 문구가 적힌 아이돌 그룹 응원봉이 등장했다. 배터리를 갈아끼면 계속 빛나는 응원봉을 가져온 20·30세대 시민들은 “탄핵”을 연신 외쳤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이게 나라냐”라며 울분에 찬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8년 전 그날처럼 말이다.


2016년 10월 29일 첫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 당시 기자는 4년차에 불과한 어린 기자였다. SNS 메시지를 중심으로 파다했던 ‘계엄령설’에 회사 선배들이 “네 몸이 우선이다”, “나가지 말아라”고 만류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취재 수첩과 펜 하나를 들고 지하철역을 올라간 그 날, 광화문 광장에서 목격한 건 탱크나 군인들 대신 촛불 든 시민들 뿐이었다.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지하철역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다치는 사람 하나 없을 정도로 집회는 평화롭게 이어졌다. 집회 후 쓰레기 청소까지 깨끗하게 마무리한 시민의식에 외신도 감탄했다.

K-집회는 이제 진화했다. 지난 주말 여의도에 모인 시민들은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LED 응원봉을 손에 들었다. 겨울 강추위에는 K-팝과 춤으로 흥을 돋우며 스스로 추위를 이겨내는 지혜를 발휘했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 결국에 넌 변했지” 시민들은 유명한 아이돌 가수의 노래 가사 한 소절을 목소리 높여 불렀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민심을 제대로 알아들었을까.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표결에 부쳐진 7일 여의도는 주최 측 추산 100만여명의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날, 꺼지지 않는 불빛이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감싸 안았다. 비록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불참으로 탄핵안은 투표 불성립 폐기됐지만, 시민들은 이날을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들 말했다. 집회의 끝은 8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청소로 마무리됐다. 깔끔하고도 평화로웠다.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무장 군인이 건물 유리창을 깨고 난입해 활보하던 국회, 헬기가 연이어 착륙하던 폭력의 현장과 7일 K-팝 떼창과 아이돌 응원봉이 빛나는 집회의 현장이 같은 공간에서 벌어졌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 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담화문을 발표했다. 과연 어떤 모습이 진짜 민주주의의 모습인가. 헌정질서를 파괴시키는 반국가 세력은 누구일까.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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