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닷새 만에 사의
두 번째 탄핵 위기에서 물러나
尹 대통령 수용…2년 8개월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비상계엄 사태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불법 계엄 사전 모의 등을 근거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한 상태로 10일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이 예정돼 있었다.
이 장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을 편하게 모시지 못하고 대통령님을 잘 보좌하지 못한 책임감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면서 "이제 행정안전부 장관의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이상 국정의 공백과 혼란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이제 한 사람의 평범한 국민으로 돌아가 자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 사의 표명 후 윤 대통령은 이를 재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2022년 5월 취임한 이후 2년 8개월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이 장관에 대해 윤 대통령과 불법 계엄을 사전 모의하고 옹호한 혐의가 있다며 지난 7일 국회에 탄핵소추안을 제출한 상태였다. 이 장관은 지난 6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와 관련해 "(회의에 참석한) 모든 국무위원이 다 우려했고, 저도 여러 번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지만 민주당은 "이 장관은 불법 계엄을 사전 모의하고, 계엄을 심의한 국무회의의 정상적 진행을 왜곡하고, 불법 계엄을 옹호한 혐의가 짙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선포 4시간 30분 전에 이 장관과 통화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다. 시간상 두 사람의 통화는 이 장관이 지방에서 서울로 이동하던 때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전날 국회에 출석한 이 장관은 지난 3일 오후 5시 40분께 울산에서 서울행 KTX를 탔다고 밝힌 바 있다. 통화한 시간이 이 장관이 KTX로 이동하던 때인 만큼 김 전 장관과는 '국무회의 참석'을 넘어 좀 더 구체적인 대화가 오갔을 수도 있다.
이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비상계엄 전후 과정에 대한 수사는 이어질 예정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소집한 국무회의의 속기록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이 장관은 "국무위원 명단 등이 담긴 회의록은 곧 행안부 누리집에 공개될 것"이라면서도 "통상적으로 국무회의 녹취록은 없을 테고, 회의록엔 회의 요지만 적히는 것이지, 개별 인물들의 발언이 담기진 않는다"고 밝혔다. 추후에 회의록이 공개되더라도 개별 발언이 모두 빠진 '깡통' 수준의 회의록만 남겨질 것으로 우려된다.
비상계엄 사태 후 행안부 내부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 당시 한 차례 탄핵된 데 이어 두 번째 탄핵 위기에 놓였던 상황에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며 행안부는 중점 정책 추진에 차질을 빚게 됐다. 행안부가 지방소멸에 대응하고자 중점 추진해온 '미래지향적 행정 체제' 개편 작업과 대구·경북 행정통합 지원,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편 작업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행안부는 올해 5월 미래지향적 행정 체제 개편방안 마련을 위해 전문가 위원회를 꾸려 집중적인 논의를 벌여왔다. 최근에는 권역별 의견수렴을 마치고 최종 결과물 성격인 권고안을 이달 발표하기로 했으나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사망자 무섭게 늘어"…어떤 항생제도 소용 없는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