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추진 등에 따른 정국 혼란으로 금융권이 긴장감 속에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금융권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원화 약세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원·달러 환율은 144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다소 안정됐지만, 여전히 1410~1430원대를 오르내리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율 상승은 여러 위험요인을 수반한다. 기업의 매입 외환이 증가하고 대기업의 외화 예금 인출이 늘어나면서 은행의 외화 유동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 파생상품 관련 추가 담보 요구도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신용 위험가중자산(RWA) 등이 늘어나 금융그룹 전체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줄어들 수도 있다.
더욱이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면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해외 투자자의 한국 지배구조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신인도가 추락하면 환율 급등과 주식·채권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대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은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해제 결의 직후,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 바 있다. 4일 자정부터 지주 회장과 은행장 주재로 긴급 비상회의가 열렸고, 이어 오전 7시부터는 각 금융그룹별로 추가 점검이 이어졌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긴급 임원회의에서 고객자산 리스크 관리 강화와 대고객 소통 확대를 지시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그룹위기관리위원회를 통해 내부통제 강화와 시장 안정화 지원을 당부했고,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환율·유동성 변동에 따른 리스크 점검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융그룹들은 외환·주식·채권 등 주요 금융시장 지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매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유동성커버리지비율과 자기자본비율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지주 차원에서는 '위기 대응협의회'를 여는 등 비상 점검·관리 체계를 가동 중이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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