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로 멀티태스킹 안 돼…직장 적응 못해 퇴사했지만
문제됐던 '집중 과다' 살려 세밀함 요구하는 아티스트로
이 이야기는 ADHD로 직장 적응에 어려움을 겪다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나뭇잎 그림 아티스트가 된 일본인 리토씨의 이야기입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스스로 아티스트가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죠. 남들에게 매번 혼나고 자존감을 잃게 만든 단점을 장점으로 극복한 리토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리토씨의 본명은 하시모토 겐지로, 1986년생 가나가와현 출신입니다. 학창 시절에는 특출나게 공부를 잘한다 이런 건 없었어도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으로 평범하게 생활했다고 해요.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집중력이 지나치게 좋다는 것이었는데요. 생선 가시를 발라내거나 꽃게에서 살을 발라내는 일부터 퍼즐 맞추기, 미로 그리기 등 한번 꽂힌 일에는 몰두하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집중을 해서 한 소리 듣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냥 '집중력이 좋은가보다' 하고 넘어갔었는데요.
문제는 취직한 이후부터였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팀을 이뤄 일을 하게 되면서 직장에서 혼나기만 하는 일이 많았다는데요. 회사의 문제인가 싶어 회사를 두 번이나 옮겨봤지만, 상황이 변하지 않고,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을 때 인터넷에서 우연히 검색하다 ADHD를 알게 됩니다. 완전히 리토씨의 상황과 일치했다고 해요. 한번 집중하면 완전히 몰두해버려서 멀티태스킹이 안 됐던 것이 ADHD의 증상 중 하나였다고 하네요. 병원에서도 마찬가지 진단을 내렸습니다. "이제야 내가 회사를 그만둘 구실이 생겼다"라며 퇴사 결정을 했다는데요.
그 이후 취업 지원 강좌를 들으며 다른 직업을 찾던 도중, 수업이 지루해 노트 구석에 낙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집중력만으로 뭔가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일주일에 걸쳐 공책에 볼펜으로 점묘화를 그려내는데요.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더니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반응해줬다고 합니다. 그렇게 매일 SNS에 그린 작품을 올리게 됐습니다.
이렇게 본인의 과집중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세밀하고 정교함을 요구하는 작업인 것을 알게 된 리토씨. 그는 이것을 살릴 방법을 찾기 위해 그림을 그린 것 외에도 점토 공예 등을 해봤다고 해요. 그러다 2020년 스페인 작가의 나뭇잎을 잘라 만드는 그림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길로 잎사귀를 주워와 밤에 칼로 그림을 그려보고 SNS에 업로드를 해봤는데요.
그림 공부를 해본 적은 없기 때문에 그림을 다루거나 색채를 조합하는 방법, 원근법 등 예술에 대한 전문지식은 하나도 없다고 해요. 그래도 리토씨는 잎사귀에 펜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조각칼로 오려내는 작업을 끈기 있게 반복했습니다. 0.1mm라도 오차가 생기면 잎이 찢어지거나 그림과 달라져 많은 섬세함을 요구했다고 해요. 그래도 사물에 대한 집중력과 고집을 살려 대부분의 작업은 구상에서 하루 만에 마무리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렇게 그림을 올리던 SNS에 매일 잎사귀 공예 사진을 올리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됐는데요. 반년 뒤에는 작품이 거래되기까지 하면서 본격적으로 아티스트로 생활할 수 있게 되죠.
본인을 좌절시켰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리토씨. 지금은 스스로 ADHD와 마주해온 길을 강연회 등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너의 곁에 있는 작고 작은 세계', '잎사귀 그림 도감' 등 작품집도 내게 되는데요. 그리고 지난 6월에는 개인 미술관까지 개관하게 됩니다. 엄청난 성장이죠.
리토씨는 생각만 바꾸면 단점은 언제든 장점으로 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학생 때는 내 장래의 꿈같은 것은 알 수도 없었다. 하지만 되돌아본다면 좋아서 열중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라며 "나의 경우는 일반 직장에서 일하기에는 약점이었던 집중 과다가 세세한 작품을 만드는 데에는 엄청난 무기가 됐다. 싸우는 자리를 바꾸면 내 약점은 무기가 되는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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