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명·자유 지키라고 준 권력
대통령·측근 위기 넘기려고 남용
국헌문란 사과하고 하야해야
'내일 증시 개장 불투명합니다.', '야간 선물 옵션 급락 중입니다.', '코인 상황 빨리 체크해주세요.'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본지 편집국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원·달러 환율이 2년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고, 주가와 가상자산 가격은 급락했다. 증권·자본시장 기자들은 금융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당국과 한마음으로 각종 지수와 환율, 외국인과 시장 동향을 체크하며 맘을 졸였다.
편집국 공지사항으로는 내일부터 계엄사령부 통제 아래 기사 검열을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떴다.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언론인의 사명을 다하라는 다소 비장한 내용도 포함됐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에는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고 쓰여 있었다.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해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 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에 의해 처단한다고도 했다.
그날 밤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전당인 국회에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난입하는 국헌문란의 상황이 발생했다. 이처럼 대통령의 반헌법적이고 독단적인 비상계엄 선포에 직면한 대다수 언론사 기자들은 인신구속과 처벌의 위험을 무릅쓰고 너나 할 것 없이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자화자찬하려는 것이 아니라, 힘의 근원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평소 기자들은 국민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정부와 기업, 사회의 주요 인물들을 만나고 국민을 대신해 듣고 질문한다. 감시자의 눈으로 권력과 자본을 쥔 사람들 중에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고, 누가 공동체에 해를 끼치는지 알리는 역할이다.
보고 묻고 비판할 수 있는 언론의 이 강력한 힘은 바로 국민들 한 명 한 명이 모아 준 소중한 가치를 담고 있다. 그러므로 한밤중에 비상계엄령이 내려진 그 날처럼 인신 구속의 위기가 찾아와도 국민들이 모아준 소중한 권리 즉 국민의 알권리와 이를 통한 개인의 인권, 사유재산, 사회적 가치 보호를 위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 힘은 내 것이 아니므로, 철저하게 개인을 벗어나 타인을 향한다.
같은 맥락에서 대통령이 한밤중에 계엄을 선포하고, 군 병력을 동원해 국회에 난입한 힘의 근원은 무엇인가. 그 역시 국민으로부터 왔다. 국군통수권·계엄선포권·법률안거부권 다양한 이름을 가진 그 힘 모두가 국민의 대리인·헌법수호자로서의 대통령에게 잠시 위임된 권한이다. 국민의 생명과 자유, 안전을 지키라고 준 그 거대한 권한을 윤 대통령이 어떻게 썼는가를 생각해 보면 참담하다.
윤 대통령은 자신과 그 측근이 처한 법적·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헌정사에 영원히 오욕으로 남을 권력 남용을 자행했다. 지지율이 폭락하고 탄핵 요구가 목을 조여오는 개인의 비상사태를 국가적 비상사태로 오인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이 모아준 소중한 힘으로 국민의 자유와 안전, 재산을 해하고 피 흘려 지켜온 민주적 가치를 훼손했다. 즉시 사과하고 하야하는 것이 대통령 된 자가 마지막 양심으로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박소연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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