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캐리어 시대 돌입…항공권 가격에 관심↑
"감시는 철저하게, 경쟁은 치열하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최종 승인을 내렸다. 2020년 11월 첫 합병 타진 발표 이후 4년간 지난한 과정이 마침내 마무리된 것이다. 대한항공은 국내 유일의 대형항공사(FSC)이자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 ‘메가캐리어’가 됐다.
국내 유일한 대형항공사지만 독점은 아니라고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이들의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의 인천공항 여객 점유율은 지난달 기준 50.9%다. 숫자만 보면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저비용항공사와 대형항공사를 이용하는 고객층이 다르다. 기꺼이 더 많은 돈을 내고 더 넓은 공간과 더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서 사람들은 대형항공사를 이용한다. 근거리 노선은 LCC라는 선택지가 있지만 장거리 비행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
수요자 선택지가 줄면 공급자가 당연히 우위에 선다. 가장 막강한 힘은 가격이다. 합병 발표 당시부터 독점 이후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가 빗발쳤고 대한항공은 거듭 가격 인상은 없다고 강조했다. 항공권 가격은 국토교통부에 신고해야 하므로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토부에 신고해야 하는 가격은 일종의 ‘정가’다. 우리는 이 정가를 알 일이 없다. 항공권 가격은 소위 ‘다이나믹프라이스’라고 불린다. 출발까지 남은 기간, 해당 항공기의 잔여 좌석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격이 바뀐다는 얘기다. 항공사는 노선을 신설할 때 국토부에 신고한 가격을 넘지만 않으면 표 값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 다른 항공사 가격을 조회한 뒤 돌아와 결제하려고 하면 그사이 가격이 오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실상 항공사가 할인율만 조정하면 얼마든지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정가는 오르지 않더라도 지갑에서 나가는 돈은 충분히 더 늘어날 수 있다. 정가를 온전히 지불하는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소비자는 항공권 가격이 올랐다고 느낄 수 있다.
외국계 항공사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말도 더 잘 통하는 자국 항공사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물론 똑똑한 소비자들은 서비스 감도와 가격 수준 사이에서 면밀히 따져가며 균형을 찾아내고 선택할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똑똑해야만 하는 건 지나치게 피곤한 일이다. 이제는 모두가 머리를 싸매지 않으면 예전보다 오른 표 값을 내야 할 가능성이 부쩍 커졌다.
당국의 감시도 한계가 있다. 모든 가격에 일일이 개입하는 것은 품도 많이 들고 세계 항공산업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감시는 철저히 하되, 경쟁도 더 치열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장거리 노선에 취항한 에어프레미아, 티웨이항공이 경쟁력을 더 키우도록 당근과 채찍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외국계 항공사도 엄격하게 관리하며 더 높은 서비스 품질을 담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항공이 푯값이 아깝지 않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것이다. 진짜 한국 대표 ‘메가캐리어’로 자리 잡는 길이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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