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랑 같은 버스 탔다고 살인자냐"
선거브로커 명태균씨에게 공천 대가로 9000여만원을 지급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1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명씨는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바로 법원 청사로 들어갔다.
이날 오후 창원지법에 출석한 김 전 의원은 "지금 이 구속영장은 자금의 성격이 뭐냐가 먼저 결정이 돼야 하는데, 제가 강혜경씨를 고발했다"며 "예를 들면 강씨와 대비되는 어떤 사람이 살인을 했는데 그 칼이 제 거라는 것이다. 그럼 그 칼을 제가 준 거냐, 범죄 행위에 쓰라고 줬느냐 그게 규명이 돼야 하는데, 그런 게 규명이 안 된 상태에서는 구성요건 사실을 확정하거나 소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하나는 대선 때 돈을 빌렸다가 갚았다고 강혜경씨가 스픽스에서 애기했다. 그런데 김태열씨가10여 차례 돈을 받았는데 몰래 빠져나가서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며 "그러면 그 행위가 결정이 돼야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연루가 됐느냐를 확정해야 되는데, 지금은 그 사건이 수사가 돼서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살인자가 같은 버스 타다가 내렸다고 살인자라는 구속영장이라는 건데, 언론인 여러분들이 너무나 검찰을 흔드니까 그런 정치적인, 원론적인 구속영장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성실하게 소명하고 나오겠다"며 법원 청사쪽으로 이동했다.
그는 청사로 들어가면서 '영장 청구서에는 가족과 연락 끊고 잠적해서 체포영장 발부된 거라고 하는데 맞느냐'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했다.
반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부당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청사로 들어갔다.
한편 명씨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의 만남 등에 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곧바로 법원 청사로 들어갔다. 이에 앞서 창원지검에 출석하면서 명씨는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민망한데 무슨"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호경)는 지난 11일 김 전 의원과 명씨, 제8회 동시지방선거 고령군수 예비후보자 A씨, 제8회 동시지방선거 대구시의원 예비후보자 B씨 등 4명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명씨에게는 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혐의를, 김 전 의원을 비롯한 나머지 세 명에게는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A씨와 B씨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래한국연구소에 수차례에 걸쳐 2억4000여만원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이날 명씨와 김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검찰의 향후 수사 성패를 가를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이 명씨 등의 신병 확보에 성공할 경우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 범죄사실에 담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의 여사를 통한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명씨의 휴대전화나 녹음파일 등 핵심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검찰의 수사는 명씨와 김 전 의원 사이에 오고간 자금에 대한 수사 외에는 답보 상태에 머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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