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한 호텔에서 시신으로 발견돼
우크라이나 전쟁 비판했다 방송 하차도
구체적인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했던 러시아 출신의 유명 셰프가 세르비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은 러시아인 유명 셰프 알렉세이 지민(52)은 전날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한 호텔 방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런던에서 생활하며 레스토랑 '지마'를 운영하고 있던 그는 당시 자신의 저서 '앵글로마니아'를 홍보하기 위해 베오그라드를 방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에서 러시아 반푸틴 인사들이 의문사한 사례가 여러 차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민의 사망을 두고도 "수상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세르비아에는 러시아인 거주자가 많으며, 유럽에서 러시아로의 직항 항공편을 운항하는 유일한 국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르비아 당국은 현장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국은 부검 및 독성학 검사를 진행 중이다. 구체적인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1971년 러시아에서 태어난 지민은 모스크바에서 여러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러시아 상류사회에서 이름을 떨쳤다고 매체는 전했다. 그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침공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뒤 러시아를 떠나 영국에서 지내왔다. 그는 영국에서 생활하면서도 러시아 NTV의 인기 요리 프로그램 출연은 지속했으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뒤 하차했다. 그는 당시 언론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해 기부했다가 레스토랑이 위협의 표적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마 측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민의 사망 사실을 발표하고 "그는 우리에게 단순한 동료가 아닌 친구이자, 많은 경험을 함께 나눈 친밀한 동반자였다”고 애도했다. 이어 "알렉세이는 놀라운 삶을 통해 많은 것을 성취했다"며 "추모 메시지를 전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유족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개전 이후 의문사 크게 늘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년째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한 러시아인들의 의문사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말 전 러시아군 조종사 막심 쿠즈미노프 의문의 죽임을 당한 바 있다. 쿠즈미노프는 지난해 8월 Mi8 헬기에 군사기밀을 싣고 우크라이나로 망명했다. 이후 비밀리에 스페인으로 이주해 신분을 세탁하고 새 삶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키이우에서 받은 보상금으로 흥청망청 생활하며 클럽 등에서 자신의 행적을 자랑했고, 러시아 정보당국에 덜미가 잡힌 것으로 보인다.
푸틴의 최대 정적이던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인도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월 시베리아 최북단 야말로네네츠의 교도소에서 갑자기 사망했다. 나발니는 2020년에도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독극물인 노비촉에 중독돼 독일에서 치료받고 극적으로 살아났다. 노비촉은 과거 KGB가 요인 암살에 주로 쓰던 물질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금까지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죽음을 맞은 러시아 사업가나 반체제 인사는 약 50명에 달한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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