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직후 하루 새 4600% 증가
오프라인서도 여성 혐오 피해 속출
'너의 몸은 나의 선택'…성폭행 위협까지
"남성 커뮤니티, 트럼프 승리에 대담해져"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온라인상에서 여성 혐오 표현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에 따르면 지난 5일 미국 대선 직후 24시간 동안 엑스(X·옛 트위터), 틱톡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여성 혐오 표현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엑스에서는 '너의 몸 나의 선택'(your body, my choice), '주방으로 돌아가'(get back to the kitchen) 등 여성 혐오 표현이 4600%나 급증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한 여성 비하 욕설도 대선 당일에만 6만4000회 이상 언급됐다. 심지어 여성 참정권을 보장한 미 헌법 제19조 개정안을 폐지하라는 문구도 직전 주 대비 663% 늘어났다.
'너의 몸 나의 선택'은 선거 과정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면서 썼던 구호('나의 몸은 나의 선택')를 뒤집어 조롱한 것으로, 성폭행 위협까지 암시하고 있다. '주방으로 돌아가'는 전통적 성 역할을 강요하며 여성의 위치를 가정 내로 제한하라는 조롱을 담고 있다.
매체는 여성 혐오 표현 급증의 원인을 미국 극우 정치평론가 닉 푸엔테스로 꼽았다. '당신의 몸, 나의 선택. 영원히'라 쓴 그의 엑스 게시물은 3500만회 이상 조회됐다. 페이스북에서도 '너의 몸 나의 선택' 문구는 현재 인기 키워드를 알려주는 '트렌딩'(trending)에 올랐고 틱톡에선 여성 이용자들 계정에 이 문구를 쓴 댓글이 무더기로 달린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여성 괴롭힘은 온라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여성들에 대한 범죄 위협으로도 진화했다. 한 학부모는 페이스북을 통해 딸이 대학 캠퍼스에서 "너의 몸 나의 선택"이라는 말을 세 번이나 들었다고 토로했다. 한 레딧 이용자도 캠퍼스에서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복장의 남성 무리에게 "네가 속한 곳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썼다.
이 같은 현상은 남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 혹은 여성혐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재생산권이나 성평등 요구에 대한 승리로 해석해 더욱 대담해진 영향으로 매체는 분석했다. 매체는 "(남성 중심의 커뮤니티가) 여성 권리 제한에 대한 서사를 더욱 노골적으로 공격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는, 일종의 허가 구조로 선거 결과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여성뿐 아니라 흑인을 겨냥한 혐오도 급증하고 있다.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대선 다음 날인 6일부터 뉴욕, 캘리포니아,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등 20여 개 주에서 불특정 다수의 흑인에게 "당신은 가까운 플랜테이션에서 면화를 따도록 선정됐습니다. 오전 8시 정각까지 소지품을 챙겨 준비하세요"와 같은 휴대전화 문자가 전송돼 연방수사국(FBI)이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플랜테이션은 17~19세기 시장에서 거래된 흑인 노예들이 노동하던 대규모 농장을 뜻한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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