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인 중의원(하원) 선거 이후 차기 총리를 지명할 특별국회가 11일 열리는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의 재선출이 유력시된다. 다만 이시바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하더라도 중의원에서 향후 야당 도움 없이는 각종 예산안 및 법안 처리가 어려워 사실상 '식물 총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별국회는 이날 오후 소집돼 중의원과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총리 지명 선거를 각각 열게 된다. 요미우리신문과 공영방송 NHK 등 현지 언론은 지난달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가 이날 중의원 1차 투표에 이어 결선 투표까지 거쳐 제103대 총리로 재선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중의원 1차 투표에서 각 당 대표가 총리 지명 선거 후보로 나오면 여당이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현 총리에게 투표하고 야당도 당론대로 자당 대표에게 표를 던지면서 어느 후보도 총리 선출의 기준 득표수인 과반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총선에서 여당인 자민당(191석)과 공명당(24석)은 합쳐서 215석을 얻어 중의원 465석의 과반(233석)에 18석 부족한 상황이다.
이 경우 이시바 총리와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가 중의원 결선 투표에서 재대결할 것으로 전망됐다. 결선 투표가 실시되면 1994년 이후 30년 만이며 사상 5번째가 된다.
야당인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은 결선 투표에서도 자당 대표에게 투표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결선 투표에서는 상위 1, 2위 후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적으면 모두 무효표가 되기 때문에 제1당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총리가 재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참의원에서는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1차 투표에서 이시바 총리가 무난하게 총리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는 총리로 재선출되면 같은 날 조각을 마치고 제2차 이시바 내각을 출범할 예정이다. 제2차 이시바 내각에서는 총선에서 낙선한 자민당 농림수산상과 법무상 2명과 공명당 몫인 국토교통상 1명 등 3명만 교체되고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과 외무상, 방위상 등 주요 각료는 유임될 예정이다. 제2차 내각 법무상으로는 스즈키 게이스케 전 외무성 부대신, 농림수산상으로는 에토 다쿠 전 농림수산상, 국토교통상으로는 나카노 히로마사 전 경제산업정무관이 각각 기용될 전망이다.
이시바 총리가 재선출되더라도 지난달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 바람에 예산안 처리 등에서 야당 협력이 꼭 필요하게 돼 운신 폭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총선에서 의석을 4배로 늘린 국민민주당이 자민당과 입헌민주당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를 쥘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에 재선출되더라도 단명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총리 교체 목소리는 자민당 내에 크지 않지만, 출범 한 달 만에 이시바 내각 지지율이 10%포인트 안팎으로 빠진 30~40%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와 도쿄도 의회 선거를 앞두고 교체론이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고 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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