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한 백인 노동자
민주 텃밭 러스트벨트까지 싹쓸이
백악관 재탈환 132년만
의회도 공화당이 휩쓸 전망
더 강력한 '美 우선주의' 예고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텃밭인 경합주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를 모두 싹쓸이했다. 초박빙 승부가 될 것이란 당초 예상을 깨고 압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우세 지역인 '블루월' 백인 노동자층의 표심을 잡으며 사실상 경합주 7곳에서 모두 전승을 거뒀다. 백악관 입성의 열쇠를 쥔 경합주에서 몰표를 받으며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이 상원에 이어 하원 다수당까지 모두 장악할 경우 막강한 입법·행정·사법 권력을 바탕으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오후 7시58분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인단 295명을 확보해 226명에 그친 해리스 부통령을 크게 앞섰다.
당초 미 주류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 7곳에서 초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선거 후 뚜껑을 열어 보니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합주 내 러스트벨트로 과거 민주당 우세 지역이었던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에서 모두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합주는 크게 공화당이 우세한 선벨트와 민주당 강세 지역인 러스트벨트로 나뉘는데, 민주당의 경우 백악관 입성을 위해선 반드시 러스트벨트에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 러스트벨트 중 선거인단이 19명으로 경합주 중 가장 많은 펜실베이니아가 백악관 입성의 열쇠다.
전날 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합주 7곳 중 남부 선벨트인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일찌감치 승리를 거뒀고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까지 가져가면서 대통령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인 '매직 넘버' 270명을 확보하며 백악관행을 결정지었다. 이후 이날 펜실베이니아(오후 7시58분 기준 득표율 50.5%)와 함께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미시간(49.8%), 위스콘신(49.7%)에서도 승리를 거둠으로써 압승의 쐐기를 박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직 개표 중인 경합주 애리조나(선거인단 11명), 네바다(선거인단 6명)에서도 무난히 이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되면 7대 경합주에서 모두 승리하며 선거인단 312명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두게 된다. 현재 개표율이 66%인 애리조나와 86%인 네바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표율은 각각 52%, 51.5%로 해리스 부통령(47.1%·46.8%)을 앞선다.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2년 만에 재선에 실패했다가 백악관을 재탈환한 전직 대통령에 오르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윤곽이 드러난 이날 새벽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 승리 연설에서 "미국인을 위한 위대한 승리"라며 "미국의 진정한 황금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승 배경에는 여론조사에는 잡히지 않지만, 실제 선거에서 그에게 투표하는 '샤이 트럼프'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경합주 러스트벨트 중심으로 샤이 트럼프가 많이 숨어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고물가 등 경제, 불법이민 문제가 부동층을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움직였다는 평가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정권 심판론과 해리스 부통령의 독자적인 비전 제시 부재, 여성이란 유리천장 역시 발목을 잡았을 것이란 해석 또한 제기된다.
의회 선거도 공화당의 승리로 끝날 수 있다. 현재 공화당은 4년 만에 상원 다수당을 탈환했고, 하원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까지 예상된다. 미 동부시간 6일 오후 8시2분 기준 하원의 경우 공화당은 205석을 확보한 상태로 과반인 218석까지는 13석만 남은 상태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190석을 확보했다. 현재 사법부를 상징하는 연방대법원 대법관도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인 가운데,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다면 입법·사법·행정 권력이 모두 공화당 쪽으로 기울게 된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1월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이날 승리 연설에서 예고한 대로 더욱 강력한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는 우왕좌왕했던 1기와는 달리 출범 직후부터 충성도 높은 브레인을 중심으로 불법이민 금지, 관세 인상,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등 대내외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북미가 직접 담판을 짓는 톱다운식 북핵 해법 모색 등에 부딪힐 우려가 크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는 세계 무대에서 미국에 대한 존중심이 없는 국가에 아메리카 퍼스트 방식으로 접근, 뒤집겠다고 약속했다"며 "미국의 동맹국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을 높이 평가해 왔고, 한국을 향해서는 북한의 핵 공격에 대응하는 미국에 방위비를 더 내라고 압박하는 발언을 해 왔다"며 "이는 한국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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