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입주를 앞두고 공사비 갈등이 심화해 공사가 멈췄던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사업이 다시 시작된다. 사진은 25일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사업현장의 모습. 사진=조용준 기자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의 입주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잔금대출을 둘러싼 은행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업계 추산 대출액만 최대 8조원에 이르는 둔촌주공의 경우 은행들이 탐내는 수익원이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로 연말까지 대출총량을 크게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연말 대출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특정 단지에만 대출을 내어줄 경우 형평성 논란도 일 수 있어 은행들도 선뜻 나서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둔촌주공 집단대출 포문을 연 건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둔촌주공 잔금대출에 3000억원 한도 내에서 잔금대출을 취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 70% 범위 내에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 40%를 적용한다. 대출금리는 연 4.8%(5년 고정형 기준) 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둔촌주공 사업지 한정 3000억원 규모로, 올해를 넘겨 내년에 잔금 대출을 받는다 하더라도 대출한도가 늘어날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둔촌주공의 입주는 오는 27일부터 내년 3월까지로, 연간 대출한도가 새로 설정되는 내년에 잔금대출을 실행하더라도 3000억원 한도 내에서 진행된다는 얘기다. KB국민은행이 시장의 관심이 쏠린 둔촌주공의 잔금대출 포문을 열었지만, 제한적 대출에 나서면서 부채 총량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다른 시중은행들도 눈치작전에 들어갔다. 신한, 하나 등 시중은행은 "현재 검토 중"이라며 "현재 금리나 한도 등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이 물꼬를 튼 이상 시중은행들도 집단대출에는 들어가겠지만, 가계대출 잔여 한도 내에서 제한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통상 둔촌주공과 같이 담보가 확실한 우량입지의 잔금대출의 경우 은행의 알짜 수익원으로 꼽힌다. 금리 인하 경쟁을 해서라도 잔금대출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금융당국이 강하게 가계대출 규제를 하고 있어 은행들은 보장된 알짜 수익원을 눈앞에 두고도 눈치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거기다 비대면 대출 제한 등 다방면으로 대출 억제에 나선 가운데 특정 단지에만 대출이 나갈 경우 수요자들의 반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0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32조812억원으로, 9월 말(730조9671억원) 대비 1조1141억원 늘었다. 증가 폭이 8월(9조6259억원), 9월(5조6029억원)과 비교해 큰 폭으로 줄었지만, 주택거래가 7~8월에 정점을 찍은 것을 고려하면 11월까지는 안심하기 이르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물꼬를 터 아마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조건으로 들어갈 가능성 높다"며 "다만 비대면 대출 등이 막힌 상황에서 특정단지 잔금대출에 들어갈 경우 대출 수요자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는 데다, 연말까지 대출을 크게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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