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IOJT 국제콘퍼런스
세계 각국의 140개 주요 사법연수기관을 회원으로 하는 국제기구인 국제사법연수기구 국제콘퍼런스가 동북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열렸다. 이번 국제콘퍼런스에서 가장 화두가 된 것은 단연 '인공지능(AI)'이었다. 현재 AI를 재판 절차 및 법관의 재판 업무에 활용하는 국가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으며, 우리나라 사법부에서 개발 중인 AI 모델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사법연수원(원장 권기훈)은 11월 3일부터 7일까지 5일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소노캄 고양에서 국제사법연수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Judicial Training, IOJT)와 공동으로 '제11회 IOJT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했다.
5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소노캄 고양에서 진행된 ‘제11회 IOJT 국제콘퍼런스’ 중 ‘인공지능 시대 법의 지배를 위한 사법 역량 강화 전략’ 세션. [이미지출처=법률신문]
이번 국제콘퍼런스는 '기로에 선 사법교육: 사법의 미래를 위한 준비'를 대주제로 진행됐으며 총 41개 세션에서 120여 명의 국내외 법관 등이 발제와 토론했다.
"유사 판결문 추천, 재판 업무 보조 모델 개발 중"
김택우(47·사법연수원 40기) 법원행정처 사법정보화실 정보화기획심의관은 'AI 시대를 맞이하는 전략적 접근법' 세션에서 현재 대한민국 법원에서 개발 중인 AI 모델에 대해 소개했다.
김 심의관은 '유사 사건 판결문 추천 모델'에 대해 "소장과 답변서, 준비서면 등을 이 모델에 입력하면 그 유사도를 계산해 가장 유사한 사건의 목록을 추천해 준다"며 "그 목록을 클릭하면 (유사 사건의) 판결문을 조회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동일 종류의 문서가 여러 번 제출된 경우, 병합해 하나의 문서로 간주될 수 있으나 문서 내용 단위 검색이라는 기존 검색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제약이 있다는 점도 밝혔다.
소송 당사자를 위해 개발 중인 '소송절차 안내봇'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예를 들어 '지급명령 절차에 대해 안내해 줘"라는 질의를 입력하면, 관련 절차를 설명해주는 모델로 소송 절차와 소송에 필요한 서류, 소송 비용 등 소송에 필요한 정보를 안내한다. 민사소송을 비롯해 형사소송, 가사소송, 행정소송, 특허소송, 개인파산/회생, 강제집행, 가족관계등록, 공탁, 소년보호, 가정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상담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심의관은 "일반 국민이 언제든 사법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소송절차 안내봇'을 개발하고 있다"며 "소송 절차와 관련된 질의나 키워드를 입력하면 질의 의도를 파악해 적합한 답변을 제시하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률용어 해설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으며, 이러한 영역은 내년 상반기에 개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재판에서 소송당사자의 음성을 텍스트로 변경하는 모델과 재판업무를 보조하는 'LLM 아키텍처' 모델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LLM 활용 서비스로는 △지능형 검색 △요약 △비교·분석 △문서 초안 작성 등이 있다. 이 모델을 활용하면 AI 기반의 사건 요지·쟁점 및 관련 법률자료 리서치 결과를 통해 신속하고 정확한 검토보고서를 생성 및 교정·검수 지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심의관은 "개인정보와 민감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법원 내부망에서 공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를 내년쯤 구축할 예정"이라며 "모든 법관과 AI 재판연구원을 매칭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심의관은 국민의 기본권 실현과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는 것이 지능형 사법화에 대한 지향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전자소송과 같은 대한민국 법원의 사법정보화 노력은 (헌법에서 명시한)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는 기본권 실현을 위해 시작했다"며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판한다는 규정에 따른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지향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브라질, AI가 판결 초안 작성
이미 재판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국가의 사례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현재 브라질에서는 사법행정과 사건 처리 자동화, 판결 초안 작성, 소송 남용 적발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2020년 브라질 국가사법위원회에서는 반드시 판사의 감독과 통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 AI 툴을 개발할 때는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 등 AI 활용에 유의해야 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마르코 브루노 미란다 클레멘티노 브라질 연방 판사는 '인공지능 시대 법의 지배를 위한 사법 역량 강화 전략' 세션에서 "브라질 국가사법위원회에선 AI를 이용한 판결 초안 작성을 허용하도록 했다"며 "다만 판사의 감독 아래 AI 도구를 활용해야 한다는 단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브라질 내에서는 작년과 올해에 걸쳐 AI 훈련과 관련된 교육이 진행됐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판사와 재판서기를 상대로 LLM 툴 활용 방법에 대한 워크숍을 제공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중국도 지난해 2월 디지털 법원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고, 오프라인에서 이뤄진 재판 관련 사항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광밍 중국 법관연수원 부원장은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교육하기도 하고 법관을 대상으로 교육하고자 노력했다"며 "정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했는데, 앞으로 전통적인 소송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것에 더욱 노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AI 영향 평가 우선 시행해야' 가이드라인 소개도
전 세계 사법부에서 사용하는 AI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발표도 진행됐다. 유네스코는 권영준(54·25기) 대법관의 사회로 진행된 '인공지능 시대 법의 지배를 위한 사법 역량 강화 전략' 세션에서 '사법부 인공지능 사용 가이드라인 초안'(가칭)에 대해 소개했다.
지난해 유네스코가 실시한 설문조사(96개국, 500명)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사법기관 종사자 중 93%가 AI 기술을 알고 있으며 44%가 챗지피티(ChatGPT)와 같은 AI 도구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 중 9%만이 '소속기관에서 AI 관련 지침을 마련했거나 AI 교육을 제공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유네스코는 전 세계 법원 및 재판소에서 AI 시스템 사용을 위한 지침 초안을 마련했다. 지침은 AI 기술의 활용이 정의와 인권,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도록 법원 등에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네스코 표현의 자유와 언론 보호 등 섹션의 대표를 맡은 기예르메 카닐라는 "AI 도구를 채택하는 것에 있어 영향 평가를 먼저 시행한 뒤 영향 평가 보고서를 마련해야 한다"며 "내부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 사이버 보안 등의 마련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에는 이를 이용하게 되는 법조인들에게 관련 교육과 훈련이 제공돼야 한다"며 "각 기관, 조직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수현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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