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선택 2024]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당일인 5일 오후(현지시간)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의 필라델피아 등에서 선거 사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또 그는 이번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승복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만약 공정한 선거라면"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2020년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한편, 올해도 선거 불복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캠프 역시 이러한 선거 불복 상황에 대비해둔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후 4시40분께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필라델피아에서 대규모 선거사기(CHEATING)에 대한 많은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 집행기관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30분가량 후에는 "필라델피아와 디트로이트! 강력한 법 집행기관이 거기 있다"고 추가 게시글을 올렸다.
필라델피아는 이번 대선의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의 최대 도시다. ‘경합주 중의 경합주’로 불리는 펜실베이니아는 7개 경합주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19명)이 배정돼 있어 올해 선거 승리를 위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지역으로 손꼽힌다. 이와 관련해 공화당 당원인 필라델피아시의 세스 블루스타인 커니셔너는 "이 주장은 절대적으로 사실이 아니다"며 "필라델피아에서의 투표는 안전하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투표가 한창 진행 중인 당일 오후에 갑작스레 선거 사기를 주장하는 글을 올린 것은 지지자들을 결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패하더라도 승복하지 않게끔 사전에 포석을 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2020년 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했으나 부정투표 주장을 앞세워 선거 불복을 선언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투표를 마친 직후에도 "첫 대선(2016년)에서 훌륭하게 했고, 두 번째 대선(2020년) 때 훨씬 더 잘했는데 무언가 일이 발생했다"며 자신이 패배가 부정선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패배 시 결과에 승복할 것이냐는 질문에 "만약 공정한 선거라면"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또한 선거 불복 여지를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6일 의사당 난입 사태처럼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또다시 폭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는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폭력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말할 필요가 없다"면서 "물론 폭력은 없을 것이다. 내 지지자들은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 시에도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은 일찌감치 나왔다. CNN방송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음모론 제기 직후 "트럼프는 개표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실수를 이용할 것"이라며 "수년간 사용해 온 동일한 전략의 반복"이라고 보도했다. 경쟁자인 해리스 캠프와 민주당도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미 대규모 법률팀을 꾸려 전국에 배치하는 등 소송전에 대비했다. 해리스 캠프의 한 고문은 CNN에 "4~6주간 모두가 모두를 고소할 수 있다"며 "소송 지옥"을 예고했다. 민주당 역시 "선거는 미국 국민에 의해 결정되며, 그 결과를 뒤집을 방법은 없다"고 경고했다.
현재 민주당은 2020년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창 개표 중에 갑작스럽게 승리를 선언하고, 개표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 등도 주시하고 있다. 통상 미국 대선에서는 사전투표가 포함되기 전인 개표 초반 공화당의 우세가 나타나다가 사라지는 ‘레드 미라지’가 확인되는 경향이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11시47분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은 ‘블루 스테이트’인 버몬트를 시작으로 잇달아 승전보를 전하며 9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레드 스테이트’인 켄터키, 인디애나를 중심으로 178명의 선거인단을 얻은 상태다.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인데다 ‘매직넘버 270(선거인단 270명)’ 달성까지는 거리가 멀어, 최종 승자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각 주(州)에 배정된 선거인단(538명) 가운데 반수 이상, 즉 270명 이상을 확보해야만 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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