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예금'으로 불리는 은행 요구불예금이 지난 10월 한 달간 10조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중의 부동자금이 그간의 관망세를 마무리하고 고점에 있는 수신상품에 가입한 것이 아니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국내 시장금리와 은행권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23일 서울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 금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13조3937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623조3173억원) 대비 1.59%(9조9236억원) 감소한 수치다.
요구불예금이란 예금주가 원할 때 언제나 입출금이 가능한 자금을 의미한다. 흔히 알려진 보통예금, 수시입출금식예금(일명 파킹통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은행으로선 낮은 이자율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만큼 '저원가성 예금', '핵심 예금'으로도 불린다.
이들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최근 들어 7월 611조815억원, 8월 617조2323억원, 9월 623조3173억원 등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낸 바 있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국내 증시가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시장의 부동자금이 관망세에 돌입한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리테일보다는 기업, 기업 중에서도 대기업 계정에서 요구불예금이 줄어든 측면이 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증감의 원인을 짚어내긴 어렵겠지만, 금리 인하 및 추세를 볼 때 자금이 요구불예금을 떠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한편 시중 부동자금은 다시 은행 수신상품에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980조930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1.3%(12조4522억원) 늘어난 수치다. 5대 은행의 예·적금은 6월 925조7608억원, 7월 945조1121억원, 8월 962조2286억원, 9월 968조4787억원 등 매월 6조~20조원씩 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고금리 막차 수요가 쏠리고 있는 것이다.
시중의 부동자금이 수신상품으로 쏠리고 있는 이유론 국내 증권시장의 한파가 꼽힌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5일 종가 기준 2576.88로 연중 고점(7월11일, 2896.43) 대비 11.03% 하락했다. 이런 이유로 증시 대기성 자금도 급감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0조5865억원에 머물렀다. 전월 말(56조8328억원) 대비 6조원 이상 줄어든 규모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을 매매하기 위해 예치한 자금을 의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 은행이 어떤 이유로든 대출을 줄이면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는 만큼 자연스레 수신금리도 내리게 된다"며 "이를 염두에 둔 막차 예·적금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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