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서바이벌 출연해 뜨면 터지는 폭로
생활기록부 보고 정신 감정해도 '거짓말'
손해배상소송 등 단호한 대처 필요
최근 일반 출연자가 등장하는 연애나 요리 경연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돼 인기를 얻고 있다. 이렇게 인지도를 올린 일반 출연자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에 나와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부정적인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인기가 급부상한 일반 출연자가 성 추문 등 사생활 폭로나 폭행, 사기, 범죄 연루 논란에 휩싸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물밀듯 논란이 터진 일부 출연자들의 경우,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평판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제작진도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여성 편력에 전과까지…잇따른 출연자 논란
화제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는 출연한 요리사들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림과 동시에 폭로도 뒤따랐다.
'트리플스타'(본명 강승원)의 전 아내 A씨는 과거 자신이 다른 남성과 잠자리를 갖도록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취업 로비, 여성 편력 등 사생활 관련 폭로도 이어졌다. 식당 공금 횡령 의혹도 제기돼 경찰이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비빔대왕'(본명 유비빔, 개명전 유인섭)은 2003년부터 허가가 나지 않은 곳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다 구속돼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바 있다고 1일 직접 밝혔다. 아내 명의로 공연전시한식체험장을 차려 편법 영업했다고도 털어놨다. 유비빔이 녹화를 마친 tvN 예능 '유 퀴즈 온더 블럭' 측은 촬영분을 방송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식대가(본명 이영숙)는 지인에게 빌린 돈 1억원을 14년째 갚지 않고 있다는 폭로가 터졌고, 출연료까지 압류된 상태다.
연애 예능프로그램은 출연자 논란이 화수분처럼 따라다닌다. SBS 플러스 예능 '나는 솔로' 23기 출연자 정숙이 2011년 조건만남을 빙자해 절도를 저질러 구속된 박모씨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온라인에 조건만남 글을 올린 후 남성을 만나,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는 내용이다. 정숙은 "형법상 죄를 저질러 남에게 피해를 준 적 없다"고 부인했다. 논란의 실마리가 된 미인대회 출전 자료사진에 대해서는 "도용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나는 솔로' 제작진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하며, 그의 출연분을 통편집하고 영상을 지웠다.
50세 이상 출연자 대상 실버 연애 예능을 표방한 JTBC '끝사랑'은 출연자 이범천이 한국에서 결혼하고도 미국에서 미혼인 척 학벌을 속이고 사기 결혼해서 딸을 낳았다는 폭로에 휩싸이자 제작진이 출연 분량을 모두 걷어냈다.
연애 프로그램은 합숙 형태로 연애 과정을 촬영한 뒤 공개한다. 남녀 출연자가 주로 데이트하거나 대화하는 방식으로 촬영이 이뤄지는 만큼 논란의 출연자와 짝을 이룬 상대방 출연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재편집을 거쳐 방송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제작진의 손실이 매우 큰 상황이다.
출연자 검증 어떻게 이뤄지나
일반 출연자의 섭외 과정은 이렇다. 제작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지인 추천 등을 통해 적절한 출연 대상자를 물색한다. 이후 출연 대상자를 만나 3~4차까지 심층 인터뷰를 거쳐 나름의 '검증' 작업에 나선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업계 인력풀이 한정적이다 보니 그 안에서 여러 사람에게 '크로스 체크'를 통해 사실 확인을 한다. 이를 통해 평소 행실과 사생활 이슈 등 정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연애 프로그램의 경우 검증이 제한적이라 전과 조회, 학교 생활기록부 제출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심지어 정신 감정, 신점까지 검증에 동원할 만큼 제작진은 절박하다. 넷플릭스 연애 예능 '솔로지옥'을 연출한 김재원 PD는 "넷플릭스는 해외에서 여러 일반인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노하우가 있었다. 자체 시스템화된 검증을 거치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신과 전문과 마인드 세션을 통해 방송에서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지 체크했다. 정신이 건강한 분들을 출연시켰다"고 했다. '데블스 플랜'을 연출한 정종연 PD는 "어떻게 보면 신의 영역이 아닌가. 신점을 보러 가서 문제가 있겠냐고 물었는데 우리 출연자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며 저마다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정 PD는 "출연자를 방송국이 검증할 수 있는 영역이 한정돼 있다. 자칫하면 사찰이 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연출자는 "최근 다양한 절차를 통해 출연자들을 검증하고 있지만, 완전한 검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사생활이나 평판 등을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하려 애쓰지만, 어린 시절부터 과거를 완전히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내밀한 사생활의 경우 작정하고 숨기면 알아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약서 쓰고도 거짓말, 해법은?
더는 출연자의 양심에만 맡길 수는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 '사실만을 말하고 아닐 경우 책임을 지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출연하고 있지만,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일각에선 방송출연 계약 과정에서 고지하지 않은 내용으로 방송이 불가능해질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있음을 알리고, 이후 문제가 생기면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대중문화예술인 방송출연 표준계약서를 보면 "제작에 참여하는 자는 프로그램 제작 방영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약물, 도박 등 법령위반과 이에 준하는 물의)를 일으키거나 대중문화예술인으로서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 "계약 불이행으로 상대방에게 발생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조항이 있다. 방송에 손해를 끼친 일반 출연자들에게 법적 대응을 통해 책임을 지게 하면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나는 대역죄인"…명태균, 계엄 후 尹 향한 옥중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