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여성차별철폐위, 왕실전범 개정 권고
日 정부 인사들 반발…"인권과 관련 없어"
아이코 공주 왕위 계승 가능성 희박해져
여성은 왕위를 물려받을 수 없는 일본에 대해 유엔에서 "여성도 왕위 계승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권고했으나, 정부가 사실상 거부 입장을 표명했다. 4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와야 다케시 외무장관이 지난 1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국가의 기본과 관련된 사안을 권고해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으며,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인권과 관련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극우 정당인 일본유신회도 "(왕위 계승 문제는) 나라의 문화와 역사 문제"라고 반발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유엔 스위스 제네바사무소에서 일본 정부의 여성 정책을 심사한 뒤 남성만 왕위 계승을 가능하게 한 왕실전범의 개정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지난 2003년, 2009년, 2016년에도 같은 내용을 권고한 바 있다. 다만 일본 정부 대표단은 "여성차별철폐위가 왕실전범을 다루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항의하며 해당 부분의 삭제를 요구했다.
일본 왕실전범에 따라 여성 왕족은 결혼 후 왕족 신분을 포기해야 한다. 이에 왕위를 물려받을 수도 없다. 과거 나루히토 일왕의 여동생인 사야코 전 공주도 일반인 남성과 결혼한 뒤 왕적을 이탈해 남편의 성을 따라갔고, 최근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이자 후미히토 왕세제의 장녀인 마코 전 공주도 같은 행보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일본 내부에서는 "여성도 결혼 후에 왕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왕위 계승 자격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일본에서 왕위 계승 자격이 있는 왕족은 3명에 불과하며 왕실 평균 연령도 60.2세로 고령화됐다. 지난 1994년 기준 왕족 수는 26명이었는데 현재 17명으로 줄었고, 공주들이 결혼하면 왕족 신분이 사라져 앞으로 더 줄어들 예정이다.
나루히토 일왕에게는 아이코 공주 외엔 자식이 없고, 이렇게 되면 계승 서열 2위인 후미히토 왕세제의 유일한 아들인 히사히토 왕자가 차차기 일왕이 될 것이 유력하다. 다만 왕세제의 장녀 마코 전 공주 결혼 소동 사건 등으로 왕세제 일가에 대한 일본 내부에서의 평판이 부정적인 상황이다. 반대로 아이코 공주는 특유의 겸손한 모습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왕위 계승 등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90%가 ‘여왕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다만 이번에 왕실전범 개정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그가 아버지의 뒤를 이을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시바 총리는 취임 전 '여성 왕위 계승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취임 이후 자민당 내 반대파의 압박으로 말을 아끼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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