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난성서 결혼 테마 거리 조성
사랑·결혼 수업 있는 '결혼 학교'도
누리꾼들 "결혼·육아는 개인 선택"
중국의 한 도시에서 혼인율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발표한 슬로건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후난성에 위치한 창사시에서 결혼을 테마로 한 거리가 조성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거리엔 중국과 서양의 결혼식 모습이 전시돼 있으며, 방문객에게 다양한 사진 촬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가 된 건 거리 곳곳에 걸려 있는 분홍 슬로건이다. 해당 슬로건에는 "나는 아침 식사 만들기를 즐긴다", "저는 아기를 돌볼 의향이 있다", "세 자녀를 두는 것은 가장 멋진 일이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슬로건은 결혼 생활에서 여성의 역할을 묘사한다는 이유로 온라인에서 비판받았다. 한 누리꾼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샤오홍수를 통해 "요리와 육아가 여성의 책임으로 묘사돼있고 또 분홍색으로 강조돼 있어 여성에 대한 무례하고 차별적인 느낌을 준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도 "말도 안 된다. 세명의 아이를 낳지 않으면 멋지지 않은 건가. 자존감이 결혼과 모성에 묶여서는 안 된다", "왜 지도자들은 실천하지 않으면서 젊은이들에게 강요하는 건가"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해당 거리에는 방문객들이 중국 전통 결혼식 의상을 빌려 입고 사랑과 결혼에 대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일명 '결혼 학교'도 조성돼 있다. 창사시 당국은 이 거리가 젊은이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어 결혼 문화를 홍보하고 이후에는 인구성장 촉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 누리꾼은 웨이보를 통해 "매우 교육적"이라며 "결혼과 출산은 사회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라고 찬성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런 활동이 부끄럽다"며 "결혼과 육아는 개인의 선택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편 중국에서 혼인신고 건수는 올해 상반기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중국 정부는 올해 1∼2분기 혼인신고 343만건과 이혼신고 127만4000건을 각각 처리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혼인신고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392만8000건)에 비해 49만8000건(12.7%) 감소한 것으로 2013년 이후 최소치를 나타냈다. 중국에선 춘제(중국의 설) 기간에 결혼하는 커플이 많아 통상 상반기 혼인 등록 건수가 하반기에 비해 많다. 이 추세에 따르면 올해 혼인신고는 총 660만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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