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국무총리가 연설문 대독
임기 반환점 맞아 이달 말 대국민 소통 행사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4일 국회에서 열리는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하면서 11년 만에 국무총리가 연설문을 대독하게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 참석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했지만 여야 대치 국회 상황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녹취 파장 등으로 상황이 여의찮다고 판단, 시정연설에 불참하기로 했다.
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하는 연설인 시정연설을 직접 하지 않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67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관한 국회의 심사가 시작되지만 김건희 여사 특검법, 명태균씨의 통화 등으로 여야 대립이 극심하면서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이유다.
시정연설 불참을 두고 야권의 비판도 가열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현직 대통령의 국회 개원식 불참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올해가 처음이었다. 당시 대통령실은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고 나서 대통령을 초대하는 것이 맞다"며 개원식 불참 이유를 밝혔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11년 연속 현직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이어졌는데 올해 그 명맥이 끊기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시정연설은 677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쓸 권리를 휘두르는 게 아니라 국민의 소중한 혈세 677조원을 어찌 쓸지 그 예산의 주인이자 수혜자인 국민에게 정중히 허락을 구하는 자리"라며 "윤 대통령은 내일 반드시 국회에 직접 나와 예산안에 대해 몸을 낮춰 협조를 구하고 국민께 직접 해명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9월 개원식 불참 때와 마찬가지로 여야 대치가 극에 달한 현 국회 상황으로 인해 대통령의 시정연설 참석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참석 여부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의 질의에 "현재로서는 국무총리가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통령 시정연설이 매년 있는 것은 아니고 총리가 대신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답했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은 국회 상황으로 인해 대통령이 불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등 엄중한 상황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노력 방안 등을 내부에서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기 반환점을 맞아 이달 말께 국정 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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