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개조해 식물 심고 무료 나눔
'폐교 라이딩' '폐교 탐방'도 인기
인구 감소로 전국에 빈 학교가 느는 가운데 젊은 층 사이에서 폐교를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하는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폐교의 이색적인 분위기가 젊은 층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으나 장기적인 활용 방안에 대해선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 식물 동호회 카페에 따르면 경북 안동시에 있는 한 폐교에서는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폐교 초대 행사'가 열렸다. 초대받은 회원들은 낡은 폐교를 개조한 정원에서 방울토마토, 샤인머스캣, 바나나, 파파야 등을 무료 나눔하고 공터에 있는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거나 캠핑장에서 음식을 함께 먹는 시간을 보냈다. 선착순으로 예약받은 이 행사엔 4일간 470여명이 몰렸다.
행사에 참석한 동호회 회원은 "폐교에 오기 위해 서울에서 4시간을 운전했는데, 넓은 공터에서 푸릇푸릇한 자연을 느끼니 피곤함이 싹 사라지는 것 같다"며 "평소 다양한 식물을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폐교가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무섭고 오싹한 분위기가 아닌 따뜻함이 느껴지는 공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자전거·오토바이 라이딩 동호회에서는 전국에 있는 폐교를 중심으로 동선을 구성하는 '폐교 라이딩'이 한창이다. 강원도·전남·경북 등 빈 학교가 많은 지역에서 라이딩을 마치고, 인근에 있는 폐교에서 식사 뒤 하룻밤을 묵는 코스다. 동호회 회원들은 커뮤니티에 폐교 라이딩 후기와 추천 폐교 리스트 등을 공유하고 있다. 이 밖에 폐교를 개조해 조성한 카페, 박물관, 미술관, 캠핑장 등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직장인 임혜린씨(32)는 "최근 충북 보은에 있는 한 폐교로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다녀왔다. 겉보기엔 학교 같았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푸릇푸릇한 식물원 카페였다"며 "외부엔 농장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서울에서 해본 적 없는 특별하고 이색적인 데이트를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자연물과 인공물이 공존하는 폐교의 이색적인 분위기가 젊은 층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고 봤다. 다만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어 당국이 보다 장기적인 폐교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부연한다. 각 시도 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에 있는 폐교는 3955개로 집계 이후 매년 증가세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폐교가 낭만적이고 오싹한 느낌을 동시에 주는데, 그런 이중적인 분위기가 젊은 층에 어필이 된 것 같다"며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콘텐츠화하려는 젊은 층에 신선한 소재가 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종 문화평론가도 "폐교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많다 보니 물리적인 공간이 훨씬 넓고 친자연적이다. 거기다 폐교가 주는 왠지 모를 쓸쓸함과 오싹함, 이색적인 분위기가 있다"며 "폐교라는 콘텐츠가 새로움을 찾으려는 젊은 층의 욕구를 잘 건드렸고 이것이 SNS상에서 활발히 공유되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것저것 시도해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유행은 언젠가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속성을 갖고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는 당국이 나름대로 꼭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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