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공개매수 의결 이사 10명
영풍, 법적 대응 철회 고려 중
최윤범 회장 고발은 유지
고려아연 계열사 영풍정밀
장형진 고문·영풍 사외이사 3명
법적 대응 풀지 않을 듯
영풍 과 MBK파트너스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대한 고발은 철회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풍·MBK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찬성한 이사회 이사들을 형사고발 했는데,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 이후 적당한 시기에 이를 거둬들이더라도 최 회장은 법적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최씨 일가도 보유하던 영풍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최씨와 장씨 일가의 영풍그룹 75년 동업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 측은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법적 대응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개매수 등 지분매입 경쟁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법적 다툼을 지속하는 모양새가 적절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공개매수 시도 이후 경영권을 아직 되찾지 못한 만큼 철회 시점을 논의하기에는 이른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영풍 측은 최 회장에 대한 고발 방침은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영풍이 MBK와 손잡은 이유는 최 회장 경영에 대한 불만이 깊어졌기 때문"이라며 "다른 경영진들과는 앞으로 협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고발을 취하할 수 있지만, 최 회장에 대해선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영풍은 이달 초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정에 대해 "회사의 재무적 손실을 초래한 배임"이라며 이사들을 고발했다. 특히 최 회장은 대표이사로 재임하면서 주주 이익보다 개인 이익을 우선시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영풍이 최 회장에 대해 이런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내막에는 최 회장의 행보가 일련의 사태를 촉발한 원인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지난 2018년 환경부가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환경조사 이후 영풍은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폐기물 처리를 고려아연에 요구했지만 이를 최 회장이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련업 특성상 폐기물 처리가 공장 가동에 필수적이고, 석포제련소는 자체적으로 이를 처리할 방법이 없어 최 회장이 영풍의 숨통을 쥐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2022년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에는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과 영풍측 배당 확대 전략의 충돌로 이어졌다. 양측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해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펼쳤지만 최 회장이 판정승을 거뒀다. 이때 장씨 일가에게 자칫하면 고려아연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를 절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아가 고려아연은 다시 석포제련소에서 나오는 황산 처리를 중단했고, 서린상사(현 KZ트레이딩)를 통한 원료공급과 판로도 차단했다. 최 회장이 영풍과 장씨 일가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사업적으로도 어려움에 빠뜨렸다고 인식하게 됐다. 이에 영풍은 고려아연이 현대차그룹의 해외 계열사에 신주를 발행한 것이 위법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며 종국에는 MBK와 경영권 탈환에 나서게 된 것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실질적 경영에서는 손을 뗄 방침이다. 최종적으로 지분 확보가 마무리되면 지분 절반과 1주를 MBK파트너스에 넘긴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지분을 상당수 잃게 되지만, 위기에 몰렸던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려아연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과 최기호 창업주의 장남인 최창영 명예회장은 공개매수를 진행하던 지난 23, 24일 영풍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계열 분리 의지를 재확인했다. 고려아연 계열사인 영풍정밀도 장형진 영풍 고문과 영풍 사외이사 3명에 대한 법적 대응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결별은 향후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종료된 자사주 공개매수에서 총 11.26%(베인캐피탈 1.4%)를 확보했다. 우호 세력에 매각할 수 있는 자사주(2.4%)를 포함해 총 36%의 우호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영풍·MBK 측은 38.47% 지분을 보유, 양측 모두 의결권 기준으로도 절반을 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장내 매수를 통해 과반 확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최근 주가가 과열됐다는 점은 변수다. 양측 모두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경우 주총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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