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역대 최대 프로젝트
EPC 공정 진행률 40% 도달
2026년 TC2C 세계 첫 상용화
"원유에서 석유화학 제품 생산"
"건설 현장에 하루 4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작업이 본격화되는 내년 3분기쯤이면 1만7000여명이 투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달부터 모두 105개 모듈이 순차적으로 현장에 들어오는데 건설이 본궤도에 오르게 되는 것이죠."
22일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자리 잡은 에쓰오일( S-Oil ) 샤힌프로젝트 '패키지1' 건설 현장. 가을비가 내려 평소와 같은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일부 공정 지역에는 굴착기가 바쁘게 오가고 파이프를 연결하고 세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이현영 현대건설 샤힌사업단 컨트롤디렉터(Control Director)는 건설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패키지 1 현장은 부지 면적만 축구장(7140㎡) 67개를 더한 48만㎡에 달하는데 샤힌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살 수 있는 크래킹 히터 10기와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가 들어설 예정이다.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에틸렌 생산을 위한 핵심설비인 크래킹 히터(사진 오른쪽 시설물)가 도입되는 등 본격적인 설비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제공=에쓰오일)
'친환경 에너지 화학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에쓰오일이 추진하는 샤힌프로젝트의 설계·구매·건설(EPC) 공정률이 이날 40%에 도달했다. 총 9조2580억원의 투입되는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패키지1에는 초대형 크래킹 히터 10기 가운데 8기가 자리를 잡았다. 크래킹 히터는 나프타나 LPG(액화석유가스) 등을 열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 제품을 생산하는 스팀 크래커의 핵심 장치다.
가로 약 10m, 세로 40m, 무게 3200t의 초대형 중량물로, 여기에 부속장치를 연결하면 완공 시 높이가 무려 67m에 달하게 된다. 전남 영암에 있는 플랜트업체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해 온산항까지 해상으로 이송하고, 다시 육상으로 옮겨 설치하고 있다.
스팀 크래커가 모두 완공되면 에쓰오일은 단일 설비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180만t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고효율 가스터빈 발전기를 통한 자가 발전과 고온 폐열 회수 시스템을 도입해 경쟁력 있는 에너지 효율성도 확보할 계획이다.
패키지1에는 스팀 크래커를 비롯해 원유를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나 LPG로 전환하는 신기술이 적용된 TC2C 시설도 들어선다. 에쓰오일의 모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의 원천 기술이 적용된 TC2C는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최초 상업 가동될 예정이다.
원유에서 휘발유나 경유를 생산하는 정유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석유화학 원료를 만들 수 있어, 기존 석유화학 산업 대비 탄소집약도가 낮은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패키지1에서 직선거리로 약 4㎞ 떨어진 40만㎡ 부지 패키지2에는 플라스틱을 비롯한 합성수지 원료로 쓰이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폴리머 시설이 자리한다. 플라스틱의 원료인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등을 만들어 고객사에 공급하거나 수출하게 된다.
오는 2026년 6월 준공 목표인 샤힌프로젝트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DL이앤씨가 EPC 컨소시엄을 구성, 건설을 도맡고 있다. 전동화에 따라 정유 제품의 수요가 줄어드는 위기를 앞둔 에쓰오일이 신기술을 적용한 석유화학 제품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에쓰오일은 2030년 화학 사업 비중(제품 생산량 기준)을 현재 12%에서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샤힌프로젝트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는 울산 기업인 에스디지(SDG)와 올레핀모노머 공급 계약 사례가 대표적이다. 샤힌 프로젝트에서 생산한 연간 60만t 이상 제품을 SDG가 구축한 인프라와 배관망을 통해 지역 석유화학 업체들에 공급하기로 하며. SDG는 300억원을 투자해 배관망을 확충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울산 지역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서 소매업이나 음식점, 숙박업 등도 활기를 띠고 있다.
에쓰오일은 안정적 재무구조로 샤힌프로젝트 재원 조달을 준비하고 있다. 총투자 금액 9조2580억원 중에서 지난해 말까지 약 1조6500억원을 집행했다. 총 투자액 중 2조6500억원을 외부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은행 차입금과 대주주 대여금 약정을 완료했고, 고정금리 회사채는 2025, 2026년도에 순차적으로 발행할 예정"이라며 "사우디 원유 외상기일 연장이나 무역 금융 등 추가적인 신용 한도를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업황 시나리오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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