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결과가 윤·한 독대 논의 폭·깊이 분기점
김 여사 활동·제2부속실 설치 좌우할 듯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마중 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폭로전이 연일 이어지면서 대통령실이 곤혹스러워하는 가운데 이날 치러지는 재·보궐선거가 향후 용산의 태도를 좌우할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재·보궐선거는 총선 후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뿐만 아니라 선거 후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만남에서 논의의 폭과 깊이를 결정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대통령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명씨가 김건희 여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공개에 대통령실이 즉각 부인하면서 "김 여사가 지칭한 '오빠'는 윤 대통령이 아닌 친오빠"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일각에서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야당을 비롯해 여당 대표마저 김 여사에 대해 날을 세우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해법과 대책으로 위기를 타개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용산은 명씨의 폭로전에 불쾌감이 크지만 당장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 자칫 악재가 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일단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즉각적인 대응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작동하면서 대통령실 참모진들은 관련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개 정치 브로커가 이런저런 걸 시도하다 결국 외면당한 것 아니냐"며 용산이 휘둘릴 사안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통령실 대응과는 상반된 입장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최다선 조경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에게는 (브로커) 등 이런저런 사람들이 오곤 하지만 범죄로 이어진다면 관련 수사를 통해 처벌받으면 되지 않나"고 말했다. 다만 전날 대통령실 대응에 대해서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형국"이라며 "과연 국민을 이해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정치적 상징성이 있는 지역인데다 보수세가 강한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승리를 예상하면서도 선거 직전 터진 명태균 사태 후폭풍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판세가 우세하긴 하지만 최근 일부 여론조사를 보면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 같다"면서 "명씨에 대한 용산 해명이 전략 미스라는 지적도 일부 나오는 만큼 상황을 주시하면서 텃밭 지키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도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만남 형식을 비롯해 김 여사 관련 논의도 결을 달리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로서는 재·보궐선거가 대표 당선 후 첫 시험대인 만큼 용산과 각을 세우면서까지 차별화에 나서며 승부수를 띄웠는데, 만약 선거에서 진다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김 여사 활동 자제와 속도가 더딘 제2부속실 설치도 선거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시각이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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