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역대 장관 초청 특별대담 개최
"반도체 산업 변화, 국가적 지원 절실"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역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초청 특별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 이창양 전 산업부 장관,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 이윤호 전 지경부 장관,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 이종호 전 과학기술통신부 장관.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 삼성전자 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취약한 것 같습니다. 좋은 기술을 발견하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인수합병(M&A)이나 협력을 통해 더욱 발전시켜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 초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이창양 전 장관은 14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주최한 역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학기술통신부 장관 초청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한 한국의 과제’ 특별대담에서 “삼성전자는 기술과 경영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경쟁자들이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지 지속해서 탐색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인공지능(AI) 시대로의 전환은 일종의 환절기와 같은데, 이 시기를 잘 넘기면 더욱 도약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현재 내부 정비와 새로운 목표 설정을 통해 도약할 기회를 맞이했다고 진단했다.
이창양 전 산업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인협회 역대 산업부장관을 초청 특별대담에 참석, '한국의 반도체 산업 미래와 전략'이란 주제로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원본보기 아이콘이날 이창양 전 장관을 포함해 대담에 참석한 이윤호(이명박 정부)·윤상직(박근혜 정부)·성윤모(문재인 정부) 전 산업부 장관과 이종호(윤석열 정부) 전 과기부 장관은 “삼성전자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충분한 저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기술 혁신, 조직 개편, 외부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기 속 도약 기회…내부 정비 필요"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인협회 역대 산업부장관을 초청 특별대담에 참석, '한국의 반도체 산업 미래와 전략'이란 주제로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원본보기 아이콘이윤호 전 장관은 삼성전자의 최근 상황에 대해 “기술적 문제보다는 오랜 기간 D램 성공에 안주해 조직 긴장도가 많이 떨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D램 시장에서 압박받고,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약세를 보이는 것은 삼성전자에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내부적으로 정비하고, 다시 한번 도약할 저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전 장관은 “삼성전자는 준비 중이며 스스로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해서도 “오히려 삼성전자에 큰 다행”이라고 했다.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인협회 역대 산업부장관을 초청 특별대담에 참석, '한국의 반도체 산업 미래와 전략'이란 주제로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최서윤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윤상직 전 장관은 삼성전자 위기가 인텔과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인텔은 현금이 말랐지만 삼성은 여전히 막대한 내부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전자가 근본적인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어디에서부터 출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기술이 어디로 튈지 모르고,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상직 전 장관은 삼성전자 위기는 결국 생태계 싸움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AI 기반 사업 환경에서는 나 혼자 잘해서는 안 되며 생태계 내에서 협력하는 문화가 중요하다. 조직 문화, 기업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삼성전자가 내부 유보 자금을 어떻게 활용해 이 생태계를 빠르게 조성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산업 변화 직면한 삼성전자, 기본과 협력이 위기 돌파의 길"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인협회 역대 산업부장관을 초청 특별대담에 참석, '한국의 반도체 산업 미래와 전략'이란 주제로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원본보기 아이콘성윤모 전 장관은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에 대해 “묘수가 있다면 벌써 고쳤을 것”이라며 “이번 위기는 삼성 개별의 문제가 아닌 반도체 산업 구조와 경쟁 구도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일 반도체 패권 경쟁 당시 인텔 사례를 언급하며 인텔이 D램 1위였던 시절 일본 도전에 맞서다 결국 중앙처리장치(CPU)에 집중해 1위를 탈환한 역사를 상기시켰다.
성윤모 전 장관은 삼성전자 저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30년간 D램에서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 초격차 전략이 현재 어려움을 타개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삼성은 이미 그 생태계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해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사업과 계획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속도가 적절한지 끊임없이 점검하고 반성하며 필요하다면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며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삼성전자의 지속적인 성장과 위기 극복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윤호, 윤상직, 성윤모, 이창양 전 산업부장관과 이종호 전 과기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인협회 역대 산업부장관을 초청 특별대담에 참석, '한국의 반도체 산업 미래와 전략'이란 주제로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원본보기 아이콘이종호 전 과기부 장관은 삼성전자가 그동안 매우 잘해왔지만 최근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과거 패스트 팔로어로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주던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퍼스트 무버로 전환하는 전략을 세웠으나, 그 과정에서 일부 부족함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종호 전 장관은 “이제는 한 기업이 모든 기술을 다 감당하기 어려운 시대”라며 산학연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구소와 대학 등과의 장벽을 낮추고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협력한다면 삼성전자가 현재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00만 대군이 항상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며 “어떤 전략으로 협력하고, 자신만의 강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패권 경쟁에서 승패를 가른다”고 했다.
반도체 위기, 국가적 지원이 살길…직접 보조금 촉구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가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역대 산업부장관을 초청 특별대담에 참석, '한국의 반도체 산업 미래와 전략'이란 주제발표를 하고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원본보기 아이콘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D램 성능 향상이 향후 5년 내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며 3D D램 구조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D램 경쟁력 약화와 시스템 반도체 발전의 더딘 속도가 우리 반도체 산업에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가적 지원에 힘입은 중국 반도체 기업의 메모리 분야 진출은 향후 우리나라에 큰 도전이 될 것이므로 국가적인 지원과 학계, 산업계의 노력으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며 우리도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직 장관들도 황 교수 발표에 공감하며 직접 보조금 같은 공격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막대한 보조금을 반도체 산업에 투입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또한 직접 보조금, 금융지원, 세제 혜택을 포함한 종합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윤호 전 장관은 “반도체는 국가 경쟁력과 안보와 직결된다”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단순히 개별 기업에 대한 혜택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상직 전 장관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 인력, 자금력, 전력, 데이터 등 필수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송전망 건설과 신규 원전,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조기 상용화 중요성을 언급했다.
성윤모 전 장관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 강화를 촉구했고, 이창양 전 장관은 “민간이 할 수 없는 전력 등 인프라 확보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며 “단순히 ‘대만 TSMC에는 직접 보조금을 주는데 우리는 없다’는 식이 아니라 잘 조준되고 명분이 뚜렷한 지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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