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판을 짜는 사람'이라고 소개
대선 경선 이후에도 연락 지속 주장
대통령실에서 일하자는 제안 받았다고도 얘기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논란의 핵심 관계자인 명태균씨는 14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직접 해명했다. 스스로를 ‘판을 짜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명씨는 대선 전에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 스피커폰을 통해 수시로 통화를 해왔다고 소개했다. 2021년 서울시장 경선에서도 ‘판을 짰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그림자’ 등으로 묘사하면서도 "얘기하면 다 뒤집어진다"며 자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명씨는 윤 대통령, 김 여사와의 관계와 관련해 이중적 모습을 보였다. "지금 국정운영 하는 분으로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불손한 행위"라면서도 ‘과장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나, 정진석 비서실장 등에 대해선 "코바나콘텐츠에 한번 가본 적이 있나" "아크로비스타 대통령 자택에 한번 가본 적이 있나" 등의 언급을 하며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의 첫 만남과 관련해 "오세훈 시장과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승리한) 이준석 (의원)을 만들었으니 윤 대통령 측에서 저를 찾아왔다"며 "처음 만난 것은 2021년 6월18일"이라고 공개했다. 이후 대선 본선이 시작되기 전까지 수시로 만남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명씨는 6개월여간 대통령 내외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면서 "스피커폰으로 아침에 전화가 온다"며 "두 분(윤 대통령 내외)이 같이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명 박사(명씨를 지칭)처럼 통 크게 얘기하는 사람 처음 봤다며 좋아했다"고 언급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입법조사관이 동행명령을 집행하러 지난 10일 오후 경남 창원 명태균 씨 자택을 방문, 명 씨 가족과 대화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국민의힘 경선 이후에도 연락이 계속 오갔다는 점도 간접시인 했다. 그는 "(경선 이후에도) 거기(대통령 사저에) 계속 갔다"며 "(윤 대통령과 이 의원) 중간중간에 어떤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해 만났다"고 했다.
명씨는 대선에서 본인의 역할이 컸음을 시사하는 일화 등을 공개했다. 그는 "2021년 11월3일 김 위원장이 연기나 잘해라 이런 말을 했는데 이 말은 원래 제가 한 말"이라고 주장했다. 명씨는 "김 여사가 ‘우리 오빠 지금 상태냐 어떻냐’ 물어 인기 여배우가 여우주연상을 받으려면 훌륭한 감독, 훌륭한 연출가, 시나리오 대본, 그다음에 투자자, 배급사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제가 얘기한 투자사 배급사는 국민의힘이고 감독은 김종인, 연출은 이준석, 시나리오는 내가 짰다. 후보는 ‘연기나 잘하면 된다’ 이거였다"고 언급했다. 대선의 막후 판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은 저를 만날 때 국민의힘에 들어올 생각이 제로였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당시 국민의당 대선주자)과의 단일화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 측을 대표해 만났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는 당시 안 후보 측 선대위원장이었던 최진석 교수와 회동 때 "제가 (최 교수에게 윤 대통령) 전화를 바꿔드리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입당 시점과 관련해서도 "대통령 내외가 전화해서 입당일을 물었다"며 "제가 말해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씀드리고 나서 바로 입당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명씨는 이날 윤 대통령 내외 외에도 정치권에 본인이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주장했다.
가령 그는 동화은행 사건 등으로 구원이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만남도 주선했다고 했다. 명씨는 "김 위원장과 홍 시장을 30년 만에 만나 화해하는 자리도 만들었고 배석했다"고 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도 ‘판을 짰다’고 언급했다. 명씨는 "안철수 대표(현재 의원)가 당시에는 가만히 있었으면 서울시장이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2021년 보궐선거 승리 이면에 본인의 역할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당시 서초구청장으로 서울시장 후보에 나섰던 조은희 의원을 만나 "수치로 얘기하면 나경원 의원은 아무 말도 못 할 것"이라고 했다며 "(토론에서) 나 의원이 당시 박살이 났었다"고 했다. 오 시장의 서울시장 최대 강적이 무너지는 계기를 본인이 설계했다는 것이다.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 관련해서는 "(그의)이력서를 봤던 사람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명씨는 대선 승리 이후에도 김 여사로부터 같이 대통령실에 갈 것을 제안받았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인수위에서 일할 것을 제안받았다는 내용을 부인하며 "인수위 와서 사람들 면접을 봐달라는 것이었다"며 "선생을 인수위에 가서 일하라고 하겠냐"고 했다. 자신이 인수위에 일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원 56만명이 유출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것과 관련해 "아무 상관이 없다"며 "당시 (여론조사를 한 업체) 영업을 좀 도왔는데 홍 시장 쪽 캠프 관계자가 의뢰해 연결한 바는 있다. 당원 명부를 건넨 게 홍 시장 측인지는 모른다"고만 밝혔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명씨의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상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그럴 위치나 힘은 없다고 본다"면서 "명씨가 그간 해왔던 부분에 대해 여권 내 문제가 있었던 부분은 반드시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MBC 라디오에서 "상당 부분은 본인의 허장성세인 것 같다" "거간꾼이고 협잡꾼인데, 허무맹랑한 얘기들이 제가 봤을 때는 한 70~80%쯤 된다"면서도 "일부는 개입했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빨리 사실관계를 확인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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