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한국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
"베팅 사이트 예상 뒤엎어", "K문학 성과"
일본 언론들도 주목 "아시아 여성 최초"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작가 한강이 선정되면서 외신에서도 다양한 반응을 내놓았다. 특히, 유럽 언론들은 "예상을 뒤엎는 결과"라면서도 한강 소설의 작품성을 치하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10일(현지시간) 오후 스웨덴 한림원의 수상자 발표가 나온 뒤 이 소식을 홈페이지 대문 기사로 전하며 "온라인 베팅 사이트의 예상을 뒤엎었다"고 전했다.
피가로는 "호주 작가인 제럴드 머네인·알렉시스 라이트, 루마니아 미르체아 카르타레스쿠, 케냐 응구기 와 티옹오, 미국 토머스 핀천, 프랑스 미셸 우엘벡 등 유력 후보 명단에서 한강의 이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일간 리베라시옹은 스웨덴 한 일간지의 문학 담당자가 "올해 수상자 선정은 문화 엘리트들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실을 공유하며 "다른 이들이 중국 찬쉐, 일본 무라카미 하루키 등에 걸었지만 수상자는 한국의 한강이었다"고 소식을 전했다.
피가로는 한강이 맨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로 국제 문학계에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해 '작별하지 않는다'의 프랑스어판으로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당시 피가로 문화부는 이 작품에 주목하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책은 한 번 읽으면 잊을 수 없고 잊히지 않는 책이라는 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르 몽드는 "한강은 글쓰기와 더불어 미술과 음악에도 심혈을 기울여 왔으며 이는 그의 전체 문학 작품에 반영돼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한강의 수상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며 "그는 소설, 에세이 등을 통해 가부장제, 폭력, 슬픔, 인간애 등의 주제를 다양하게 탐구해왔다"고 소개했다. 특히 '채식주의자'가 영국 최고 권위의 부커상을 수상한 점을 거론하며 "당시 이 번역은 비판받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독자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강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가 내년 영어판(We do not part)으로도 출간된다고 전했다.
러시아 문학 평론가 나탈리야 로미키나는 포브스 러시아에 "한강 산문의 특징은 매우 끔찍한 일을 은유적으로, 매우 시적으로 쓴다는 것"이라며 "노벨위원회가 한국 작가에게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여하면서 첫째로 여성에게, 둘째로 시인을 선택함으로써 새로운 문학 경향인 시인의 산문을 강조한 것이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앞서 러시아 출판사 아스트를 통해 러시아어로도 출판된 바 있다.
미국 언론도 이번 수상자가 한국 작가에게 돌아간 것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유력한 수상 후보로는 중국 작가 찬쉐 등이 거론됐었다"며 "한강의 수상은 놀라운 일"이라고 전했다.
AP통신은 앞서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받았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성공을 거뒀으며,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K팝 그룹도 세계적 명성을 얻은 것을 열거한 뒤 “한강의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은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을 반영해준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도 이번 수상을 비중 있게 다뤘다. 아사히신문은 수상자가 호명된 순간 '호외'라는 표현을 쓰며 "한국인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 건 처음이며, 아시아 여성으로서도 처음"이라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2010년대 이후 사회적 문제의식을 가진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았고 일본에서도 ‘K문학’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며 “한강은 그중에서도 보편성과 문학성에서 선두를 달렸다”고 평가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날 한강을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강은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며, 작품마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며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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