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분가량 노벨위원회와 전화 인터뷰
"정말 놀랐고 영광스러워"
"아들과 차 마시며 축하"
10일(현지시간)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3)이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말 놀랐다면서 "오늘 밤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축하할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날 노벨위원회 유튜브 계정에는 한강이 위원회 측과 나눈 7분가량의 영어 인터뷰가 공개됐다. 그는 침착하고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수상 소감을 이어 나갔다.
인터뷰 동안 "놀랐다(surprised)"는 말을 다섯 번이나 반복한 그는 서울 자택에서 아들과 저녁을 막 마친 시점에 연락을 받고 수상 소식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한강은 수상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책을 읽고 산책을 한 편안한 하루였다"고 말했다.
한강은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는 "나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이 소식이 한국 문학 독자들과 내 친구 작가들에게도 좋은 일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음은 한강과 노벨위원회와의 일문일답.
- 현재 기분이 어떤가.
▲ 매우 놀랐고 정말 영광스럽다.
- 수상 소식을 어떻게 알게 됐나.
▲ 누군가 내게 전화를 했고 그가 내게 이 소식에 대해 말을 했다. 물론 나는 놀랐다. 나는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막 끝낸 참이었다.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8시쯤이었고, 매우 평화로운 저녁이었다. 나는 정말로 놀랐다.
- 현재 서울의 자택에 있는 것인가.
▲ 그렇다. 지금 서울의 집에 있다.
- 오늘 하루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
▲ 오늘 일을 하지 않았다. 책을 조금 읽고 산책을 조금 했다. 내게 매우 편안한 하루였다.
- 수상 소식에 아들의 반응은 어떤가.
▲ 아들 역시 놀랐다.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해 얘기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그저 우리는 놀랐고, 그게 다다.
- 노벨 문학상 수상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 영광스럽고 (노벨상 측의) 지지를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데 이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 그렇다. 알다시피 나는 어릴 때부터 번역서 뿐 아니라 한국어로 된 책들을 읽으며 자랐다. 그러니 나는 내가 매우 가깝게 느끼고 있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소식이 한국 문학 독자들과 내 친구 작가들에게도 좋은 일이 되기를 바란다.
- 문학적 배경에서 자랐다고 했는데, 어떤 작가가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었나.
▲ 내가 어릴 때 옛(old) 작가들은 집단적인(collective) 존재였고, 그들은 삶에서 의미를 찾고 때로는 길을 잃고 때로는 결연했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나의 영감이었다. 따라서 내게 영감이 된 몇몇 이름을 고른다는 것은 내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스웨덴의 아동문학 작가)이 영감을 준 작가 중 한 명이었다고 말한 것을 읽었는데.
▲ 어렸을 때 그의 책 '사자왕 형제의 모험'(The Brothers Lionheart)을 매우 좋아했다. 그러나 그가 내 어린 시절에 영감을 준 유일한 작가라고는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그 책을 인간이나 삶, 죽음에 관한 나의 질문들과 결부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방금 당신에 대해 알게 된 사람에게 어떤 책부터 읽으라고 제안하고 싶나.
▲ 내 생각에 모든 작가들은 자신의 가장 최근 작품을 좋아한다. 따라서 나의 가장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책에는 인간의 행동이 일부 직접적으로 연결이 돼 있다.
또 내게 매우 개인적인 작품인 '흰'도 (추천한다). 왜냐하면 이 책은 꽤 자전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채식주의자'가 있다. 그러나 나는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부터 시작하기를 바란다.
- 국제 독자들에게는 '채식주의자'가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작품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 나는 그 작품을 3년간 썼고, 그 3년은 내게 어떤 이유에서인지 꽤 힘든 시간이었다. 내 생각에 나는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미지를 찾고 나무 등 작품 속 이미지들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 이 상을 어떻게 축하할 계획인가.
▲ 차를 마시고 싶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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