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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노벨문학상 쾌거…"예견됐던 일…시기가 빨라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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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쾌거에 출판계는 충격이라면서도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한강 소설가는 '채식주의자'로 2016년 영국 최고 권위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이후 국내외에서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왔다. 부커상이 영미 문학권에서는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세계적인 문학상이기 때문이다. 한강 작가는 지난해 프랑스의 권위있는 메디치 문학상을 받으면서 노벨문학상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영미에 불어 프랑스어 문학권에서도 최고 작가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흔히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노벨문학상, 부커상, 공쿠르상이 언급된다. 다만 공쿠르상은 프랑스 국적의 작가가 프랑스어로 쓴 작품에 상을 준다. 프랑스가 외국 작가가 프랑스어로 쓴 작품에 주는 문학상으로는 메디치상과 페미나상이 권위를 인정받는데 한강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로 지난해 두 문학상 모두 최종 후보에 올라 최종적으로 메디치상을 수상했다.


민음사 대표를 지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이미 부커상을 받았고 지난해 프랑스 메디치상을 받고 페미나상 최종 후보에도 오른 영향이 커보인다"며 "사실 노벨문학상만 남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출판계가 다들 충격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을 작가가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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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는 한강 작가의 수상 배경에 대해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어떤 깊은 역사적 또는 사회적 상처 특히 이제 우리 여성들이 한국사라고 하는 한국 근대사에서 겪었던 어떤 깊은 상처를 정직하게 응시해 왔다는 점이 굉장히 높게 평가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많은 작가들이 내적 독백이나 자기 주변의 이야기에 함몰돼 있는 반면 한강은 광주 민주화 운동이나 제주 4ㆍ3 사건, 가부장제가 가지고 있는 폭력성 등 역사 논쟁이 계속되고, 한국사회에 구조적으로 깊이 침윤돼 있는 문제들은 자신의 문제로 끌어안아서 정면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부분을 굉장히 높게 평가한 것 같다. 사실 이건 당연한 것이다. 문학이 원래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를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써왔다고 평했다.

한강 소설가는 2014년 출간한 '소년이 온다'에서 광주 민주화 항쟁을, 2021년 출간한 '작별하지 않는다'로 제주 4ㆍ3 사건을 다뤘다. '소년이 온다'로 2014년 만해문학상, 2017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았다. 또 '작별하지 않는다'로 지난해 메디치 외국문학상, 올해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받았고 앞서 2022년 대산문학상과 김만중문학상도 받았다.


장 대표는 한림원이 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라고 언급한 부분도 주목했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보여준 독특한 표현 방식도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를 통해 원한을 풀어주는 문화가 우리에게 있는데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그런 부분이 표현돼 있다. 그게 우리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운데 외국에서 굉장히 독특한 것으로 봤던 것 같다. 한국 문화에 깊이 뿌리박힌 무속적 상상력 같은 것들이 시 문학의 언어로 만들어지고, 그것이 문학적 상상력의 확장에 기여했다고 평가받은 것 같다."


이와 관련 한림원은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평했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2000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에 이어 두 번째다. 또 한강은 여성 작가로는 18번째,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한강은 1970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나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 '서울의 겨울' 외 4편을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을 냈다. 만해문학상,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인터내셔널 부커상, 말라파르테 상, 메디치상 등을 수상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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