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상으로 파고든 韓 먹거리
코스트코 입점 K-푸드 불티
올해 1~8월 쌀가공식품 對美 수출액 60%↑
"지난해 미국의 유기농 마트인 '트레이더 조'에서 품절 사태를 일으킨 냉동김밥은 이제 코스트코 등 일반적인 대형마트에도 상시 판매되며 자리를 잡았습니다. 반짝 흥행을 넘어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에 파고든 것 같습니다. 미국 내 냉동김밥으로 대표되던 K-푸드는 기존 김치와 라면 등은 물론 각종 냉동식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공략 무기가 다양해진 셈이죠." (김민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미국 로스앤젤레스지사장)
K-푸드가 미국 먹거리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냉동김밥은 미국 내에서 여전한 인기를 누리며 K-푸드 흥행을 이끌고 있고, 한국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자장면과 볶음우동, 냉동만두·볶음밥, 삼계탕, 알로에음료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한 코스트코를 찾았다. 코스트코는 미국 내 약 57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이다. 월마트와 크로거에 이은 시장점유율 3위의 대형 유통업체다.
전 세계 회원제인 코스트코는 한국에서 발급한 회원권(멤버십)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매장에 들어서 각종 주류박스가 쌓인 코너로 이동하자 가장 먼저 한국의 과일소주가 눈에 띄었다.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한 제품이다. 수박과 망고, 리치, 복숭아소주 각 2병씩 총 8병을 21.99달러(약 2만95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과자 코너에서는 미국 코스트코의 인기 제품인 새우칩이 판매되고 있었다. 한국에서 수출한 제품이다. 코스트코에 새우칩을 납품하고 있는 박제시 소쿠사 대표는 "코스트코는 가격과 맛, 성분은 물론 소비자들의 인지도까지 고려해 입점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신뢰도가 높은 유통 채널"이라며 "코스트코 납품 실적이 있으면 다른 마트는 물론 코스트코가 진출한 다른 국가의 시장 진입도 용이해진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한국 식품을 유통하고 있는 코스트코가 미국 현지인들에게 K-푸드를 소개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냉동식품 판매대로 이동하는 중에도 매장 곳곳에서 K-푸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가정간편식(HMR)인 자장면과 볶음우동은 한국에서 면과 소스를 각각 수입해 온 뒤 미국에서 하나의 포장으로 만든 제품이다. 코스트코 내에서 K-푸드가 가장 밀집한 곳은 역시 냉동식품 코너다. 다양한 종류의 냉동김밥과 문어볶음밥, 냉동만두 등 10여개의 제품이 진열돼 있다.
코스트코에 입점한 K-푸드의 인기는 수출 실적으로도 확인된다. 즉석밥과 냉동밥, 떡볶이 등이 포함된 쌀가공식품의 올해 1~8월 대(對)미국 수출액은 1억1008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6912만달러)보다 59.3% 늘었다. 수출액이 가장 많은 것은 과자류로 올해 들어 8월까지 1억8067만달러어치 수출됐다. 전년 대비 38.0% 늘어난 수치다. 수출액 2위인 김은 29.6%, 3위인 라면은 61.4% 수출액이 증가했다. 이 외에 라면스프와 불닭소스, 프랜차이즈 매장용 소스 등이 포함된 기타소스제품 수출액도 지난해 1~8월 2255만달러에서 올해 2924달러로 30%에 달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주요 제품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미국으로의 농림축산식품 수출액은 10억2286만달러로 지난해보다 22.8% 급증했다. 수산물을 포함한 농림수산식품 수출액은 13억4818만달러로 20.6% 늘었다.
◆韓 아이돌 보러 10시간 이동해 K-푸드 즐기는 美 MZ= 미국 내 K-푸드 호조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K-콘텐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부에나파크에 2017년 문을 연 '소스몰'이다. 5만5500㎡ 규모인 소스몰에서는 CGV에서 영화를 보고 인생네컷을 찍고, 명랑핫도그와 밀탑, 올드페리도넛은 물론 삼겹살과 치킨을 즐길 수 있다. 특히 K-팝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한국 아이돌그룹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디페스타' 행사도 열린다. 소스몰이 LA 인근 미 MZ세대들에게 K-팝 성지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달 찾은 소스몰 디페스타 행사장에는 입구부터 200여명의 MZ들이 줄지어 있었다. 디페스타를 찾은 한국 아이돌그룹을 보기 위한 인파다. 이날 만난 테일러씨(22)는 차로 11시간 걸리는 유타에서 아이돌그룹 (여자)아이들을 직접 보기 위해 소스몰을 찾았다고 했다. 테일러씨는 "디페스타 행사장에 들어서는 (여자)아이들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사촌 2명과 함께 몇 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다"며 "평소 한국식당을 가끔 가는데 소스몰에서 각종 K-푸드를 파는 식당이 많아 이번 기회에 맛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aT도 미국 내 K-푸드 수요 확대를 위해 MZ세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2021년 1기를 시작으로 매년 홍보대사 격인 'K-푸드 서포터즈'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선발된 서포터즈들에게는 라면과 즉석밥, 떡볶이, 캔디와 과자, 음료수 등으로 구성한 한국산 식품 선물 박스를 제공해 한국 식품 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자발적인 홍보 콘텐츠 생성을 유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6691명이 서포터즈로 지원해 총 340명의 K-푸드 서포터즈를 확보했다. aT는 올해에는 음료와 스낵, 라면, 김치 등 한국산 식품 15~18종을 포함한 홍보 박스 200개를 제작해 4기 서포터즈를 대상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김 지사장은 "현재 K- 푸드는 기존 한인 중심의 시장에서 아시안·히스패닉 시장을 거쳐 현지인 마켓으로 진입하고 있는 시점"이라며 "미국에서 한국 식품은 발효에 기반한 건강식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적으로 한국이라는 브랜드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K-푸드에 대해서도 호감을 가지고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로 최근 급격한 성장을 보였던 대미 K-푸드 수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제작지원: 2024년 FTA 분야 교육·홍보사업>
로스앤젤레스(미국)=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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