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 전용 하이브리드 개발 나서
소형 HEV 시스템 탑재…가성비 중시 시장 성향 반영
알카자르와 투싼의 중간 크기…6·7인승
도요타, 인도 HEV 80% 장악…정부 세금 감면 영향
현대차 vs 도요타, 인도 HEV 정면 대결
현대자동차가 인도 시장에 첫 하이브리드(HEV) 모델을 선보인다. 이미 현지 HEV 시장의 80%를 장악한 일본 도요타에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준중형에 3열 시트를 장착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가족 수가 많은 인도 현지 사정에 맞게 특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중 인도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단행하는 현대차가 현지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준중형 SUV에 3열 장착=8일(현지시간) 인도 매체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인도 전용 3열 HEV SUV를 개발 중이다. 현재 진척 상황을 감안할 때 이르면 2026년 출시될 전망이다.
차량 크기와 가격대를 놓고 보면 인도 특화모델인 6·7인승 SUV 알카자르와 투싼의 중간 정도다. 알카자르는 넉넉한 공간 활용성을 무기로 출시 3년 만에 누적 판매 10만대를 돌파했다. 크기는 투싼보다 작은 소형 SUV지만 3열을 갖춰 가족 수가 많은 인도 가구의 특성을 반영했다.
인도시장에 선보이는 HEV 6·7인승 SUV에는 현재 현대차·기아 중·대형차에 널리 쓰이는 1.6ℓ 하이브리드 엔진보다 작은 1.5ℓ 엔진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양희원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지난달 한국자동자공학회 포럼에서 "인도 하이데라바드 연구소를 신흥시장을 공략할 소형차 R&D 허브로 삼겠다"며 "인도는 가격 경쟁력이 극대화돼야 하는 시장이기에 소형엔진에 HEV 시스템을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생산 후보지는 현대차가 GM에서 인수한 탈레가온 공장이 유력하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현재 초소형 SUV인 엑스터를 시작으로 베뉴, 크레타, 알카자르, 투싼 등 5종의 내연기관 SUV와 아이오닉 5 1종의 전기 SUV를 판매하고 있다. 이로써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서 가솔린, 디젤, HEV, 전기차(EV)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보유하게 된다.
◆마루티-스즈키·도요타와 경쟁=현대차가 인도 HEV 시장 공략에 나선 건 미국, 중국 등 다른 거대 시장과 달리 성장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 HEV 시장은 지난해 인도 승용차 판매량(410만대)의 2% 수준인 8만2000대 규모다. 전기차와 판매 격차는 1만대 이내다. 향후 인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시장 성장성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HEV를 인도 시장에 출시하면 도요타와의 승부는 불가피하다. 지난해 말 점유율 4.9%로 판매 6위였던 도요타는 올해 8월 점유율을 7%까지 늘리며 기아를 제치고 5위로 올라섰다. 게다가 도요타는 인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마루티-스즈키와 리배징 전략(하나의 차종에 각 브랜드 로고를 달아 판매)을 통해 수익을 늘리고 있다. 인도자동차딜러협회(FADA)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인도 승용차 판매 상위 업체는 마루티-스즈키(합작사), 현대차, 타타모터스, 마힌드라, 도요타, 기아 순이다. 수입차 브랜드 중에선 사실상 한·일 경쟁이다.
도요타는 지난해부터 HEV 세금을 인하해달라고 인도 정부에 꾸준히 요구해왔다. 결국 지난 7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HEV 등록세 면제를 발표했다. 이 주는 인구만 약 2억5000만명으로 인도에서 인구수가 가장 많은 주다. 이번 세금 면제 조치로 도요타 HEV 가격이 10% 이상 저렴해졌으며, 우타르프라데시주에 이어 남부의 카르나타카주도 HEV 세금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인도 정부의 조치에 힘입어 최근 도요타는 공격적으로 인도 시장 점유율을 늘렸다.
현대차는 EV와 HEV 병행 투입 전략으로 대응한다. 이르면 내년 초 현지 전략형 EV ‘크레타’를 출시하고 2030년까지 인도에 5개 EV 모델을 투입한다. 크레타에는 인도 현지 배터리 업체인 엑사이드가 공급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 2026년에는 가성비를 높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추가해 선택지를 늘린다.
현대차는 인도법인 상장으로 자금 확보도 자신하는 모양새다. 이번 IPO로 현대차는 33억달러(약 4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반중(反中) 감정이 있는 시장이라 중국 전기차보다는 한·일 친환경차에 승산이 있다"며 "세계 최대 인구국인 인도 시장을 잡는 업체가 글로벌 판매 1위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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